[사설]청해부대 247명 확진, 군 지휘부 방관이 부른 방역 재앙

동아일보 입력 2021-07-20 00:00수정 2021-07-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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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34진이 승선한 문무대왕함과 동급인 충무공이순신함 침실. 밀폐된 공간에 여러 침대가 붙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어제 기준으로 확진자가 총 247명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승조원 301명 가운데 82%가 감염된 것으로, 함장과 부함장을 비롯해 장교 상당수도 확진됐다고 한다. 감염으로 정상적인 작전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피해가 이렇게 커진 데는 청해부대 장병들이 출항한 지 5개월이 넘도록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방치했던 탓이 크다. 군은 함정 특성상 백신의 보관이나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대처가 부실할 수 있어 접종을 미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예비군까지 접종할 만큼 백신이 확보됐으면 군 수송기를 띄워 백신을 보내거나 주둔국의 협조를 받아 기항지에서 접종을 하는 등 가능한 접종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석 달 전 해군상륙함인 고준봉함에서 38명이 확진된 적도 있었다.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은 “(밀폐된 함정) 장병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말뿐이었다.

사건 대응도 미숙했다. 2일 최초 감기 증상을 보인 승조원이 발생했지만 별도 격리 조치는 없었다. 이후 다수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자 여드레 뒤인 10일에야 40여 명을 상대로 ‘신속항체검사’를 했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신속항체검사는 감염된 뒤 항체 형성까지 1주일 이상 걸리는 탓에 초기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하지만 청해부대에는 이런 검사 키트조차 없었다. 백신은커녕 제대로 된 검사 장비마저 없어 화를 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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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승조원들은 군 수송기를 타고 이르면 오늘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감염병으로 파병 인원 전원이 조기 귀국하는 것은 우리 군 역사에 뼈아픈 오점이 될 것이다. 군은 감염자 치료에 부족함이 없도록 나서는 것과 동시에 성역 없는 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통해 군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청해부대#확진#방역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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