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 원칙이라는 허상[동아광장/이지홍]

이지홍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1-07-16 03:00수정 2021-07-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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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부족으로 ‘똘똘한 집’ 한 채만 폭등
1주택 강요로 수요-공급 미스매치만 증폭시켜
인력과 지식 원활한 흐름 막아 성장동력 위축
추구할 원칙은 헌법 가치인 ‘거주·이전의 자유’
이지홍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를 완화하고 ‘재건축 실거주’ 규제 폐기를 결정하자 여권 일각에서 ‘부동산 원칙’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이 원칙과 관련해 이번 정부에서 인사 문제로 벌어진 온갖 사건들 중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청와대가 다주택자 참모들에게 집 한 채만 남기고 모두 처분할 것을 지시하자 서울 강남 3구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한 참모가 애매한 처신을 보이다 결국 사퇴한 사건이다. “직 대신 집을 택했다” “정권은 유한하고 강남 아파트는 영원하다”는 조롱 섞인 지적이 나왔다.

‘1가구 1주택.’ 대통령이 천명했고, 국민이 의심하는 논란의 부동산 원칙이다. 이를 두고 여당 대선주자들 중 한 명은 “1가구 1주택이 아니라 실거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교묘하게 입장을 틀고, 다른 한 명은 “별장이 생필품이라고 하면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진다”고 반박하는 혼란스러운 촌극이 전개되고 있다.

현 정부가 수요 억제에 부동산정책의 방점을 찍게 된 배경에도 1가구 1주택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은 2017년 당시 전국적으로 104.2%에 달했고, 이는 1가구 1주택 원칙에 비춰볼 때 공급은 부족하지 않으며 따라서 다주택자와 투기가 유발하는 수요 조절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가져올 것이란 판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1가구 1주택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유심히 들여다볼 사안은 변화하는 주거 선호에 대한 1가구 1주택 사회의 반응이다. 청년은 일자리를 좇아, 맹모(孟母)는 자녀 교육 때문에, 은퇴자는 미세먼지를 피해 이사를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1가구 1주택 사회에서 이사가 용이할까? 오히려 반대로 매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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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가 원하는 집이 나와야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상대방이 공교롭게도 내 집을 원할 가능성, 즉 ‘원하는 것의 양방향 일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 확률이다. 사실상 제로다. 이 상황을 사회 전체로 확대해 보면 부동산시장에서 ‘수요-공급 미스매치(불일치)’가 얼마나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엉킨 이 미스매치 문제를 푸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빈집과 임대시장이란 중요한 사실 또한 파악할 수 있다. 공급이 경직된 1가구 1주택 사회는 미스매치 문제와 이동의 제약이 극히 심하고 따라서 ‘똘똘한 한 채’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는다.

한편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 ‘위치’다. 좋은 위치는 무엇이 결정하는가. 앨프리드 마셜은 사람들이 모일 때 생기는 긍정적 ‘집적 효과’를 거론하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지식의 전파’를 지목했다. 이후 ‘도시의 승리’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여러 학자들이 실증 규명한 지식 전파의 역할에 따르면, 가치가 높은 위치는 다름 아닌 고급 지식과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 가까이 가는 것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해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진보하는 사회에선 요즘 정보기술(IT)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처럼 신(新)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지역의 수요가 커진다. 이때 이렇게 떠오르는 지역으로 충분한 인구의 재배치가 일어나야만 지식의 확산과 긍정적 집적 효과를 사회 전체가 향유할 수 있다.

결국 ‘1가구 1주택’은 성공하는 사회의 근간을 구성하는 ‘원칙’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들이 건물주를 꿈꾸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1주택을 강요하는 것은 수요-공급 미스매치만 증폭시켜 집값 상승과 불평등을 낳고 인력과 지식의 원활한 흐름을 가로막아 성장동력을 위축시킬 뿐이다.

추구해야 하는 원칙은 ‘거주·이전의 자유’다.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이기도 하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이 신속히 공급되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할 때 불공정한 양극화와 불합리한 저성장 문제가 모두 개선될 수 있다.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꾼으로 규정하고 징벌하는 사회 분위기와 과세·규제 체계는 약자를 보호하고 공동체 전체의 자유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부 정보와 편법을 이용해 불공정한 이득을 취하는 진짜 악당들을 감시하고 엄벌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같은 비극을 막아야 한다. 1가구 1주택이란 허상에서 깨어날 때다.

이지홍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부동산 원칙#1가구 1주택#거주·이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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