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국판 ‘빅브러더’… 어떻게 개인의 일상을 감시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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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감시국가, 중국/가지타니 가이, 다카구치 고타 지음·박성민 옮김/240쪽·1만3800원·눌와

중국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한 사람의 모습. 중국의 감시카메라와 화상인식 시스템은 중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중국 정부는 발달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행정시스템을 일원화해 관리한다. 눌와 제공
중국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한 사람의 모습. 중국의 감시카메라와 화상인식 시스템은 중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중국 정부는 발달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행정시스템을 일원화해 관리한다. 눌와 제공

스마트폰이 못 미더울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해킹돼 개인정보가 흘러나갈까 두려워서다. 지도를 보지 않을 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꺼놓고, 새 애플리케이션을 깔더라도 정보 접근 권한을 최대한 낮춘다. 이런 노력에도 가끔 비정상적인 접근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으면 등골이 서늘하다. 구체적인 피해를 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편리함을 대가로 자유를 뺏긴 것 같다.

이 책은 두 일본인이 중국의 디지털 감시사회를 낱낱이 파헤친 결과물이다. 중국사회를 꾸준히 분석해온 일본 고베대 경제학과 가지타니 가이 교수와 중국을 취재했던 일본 저널리스트 다카구치 고타가 썼다. 중국 민간기업이 만들고 운영하는 기술이 중국 정부와 결합해 어떻게 중국인을 감시하는지 고발한다. 미래 감시사회를 예측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의 장편소설 ‘1984’나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1894∼1963)가 쓴 장편소설 ‘멋진 신세계’가 생각날 만큼 실상은 무시무시하다.


저자들은 2017년 기준으로 중국에 1억7000만 대 이상의 감시카메라가 있다고 주장한다. 역, 신호등, 상가 출입구 등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퍼져 있다는 것. 다른 나라에서는 감시카메라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겨놓았다면 중국 정부는 감시카메라를 외부에 노출한다. 보란 듯이 ‘여기 감시카메라가 있다’고 과시한다.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얼굴과 걸음걸이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성별과 나이를 판단한다. 중국 정부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이 기술을 쓴다고 말하지만 정치적으로 위험하게 쓰일 가능성 역시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중국인은 자신들이 온라인상에서 감시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못 한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감시 수법을 교묘하고 치밀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 예를 들면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바로 삭제하기보단 게시글이 외부로 잘 퍼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리트윗할 수 없다’ ‘검색으로 표시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뜨게 해 컴퓨터 오류인 것처럼 포장한다.

중국 정부는 사용자가 정부에 호의적인 글을 올리면 공유가 많이 되게 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는 이용자가 실명 인증을 했는지, 부적절한 글을 올렸는지를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낮으면 추천이나 팔로가 금지되게 설정해 이용자가 자기 검열을 하게 한다. 반면 정부를 칭찬하는 글을 올리는 이용자는 점수가 올라가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다.

저자들은 중국 자체를 비판하기보단 중국식 감시 체계가 다른 나라로 퍼져가는 흐름을 더 우려한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선진국도 감시할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행복’이란 편리함일까 자유일까. 편리함을 위해 자유를 내주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어느 나라 국민이든 비슷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고민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감시당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중국#일상#자유#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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