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이처럼 집주인이 세입자로 들어가 사는 조건으로 실제 매매대금 규모를 줄인 ‘주인전세(주전세)’ 거래가 늘고 있다. 대출 및 세제 규제와 집값 급등, 매물 품귀 현상이 맞물려 이례적인 거래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주전세 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맺는 식으로 이뤄진다. 매도인은 해당 매물의 세입자로 들어가고 매수인은 매매가에서 전세 보증금을 제외한 액수만 매도인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의 새로운 형태다.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 매수인이 매도인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면 비로소 거래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문제는 주전세 방식이 실거래가 수준을 높이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임대차3법 이후 ‘갭투자’로 거래되는 집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은 쉽게 올릴 수 없는 반면 매매가는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전세로 나온 아파트는 새로 전세계약을 맺는 만큼 대폭 오른 요즘 전세 시세대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매수인도 당장 자금 부담이 줄어든 만큼 일반 갭투자 매물보다 높은 매매가에 동의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주전세 방식으로 집을 팔지 고민 중인 강모 씨(38)는 “올 들어 서초구와 판교 등에서 이런 방식으로 고가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이사를 갈 필요도 없고 시세 차익도 키울 수 있어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주전세 거래로 매매가 수준이 높아지고 실수요자의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주인 사정으로 집을 파는 것이니 ‘급매’로 가격을 낮춰 내놨어야 하는데 주전세 방식을 통하면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도자가 매수인에게 보증금 형태로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사(私)금융”이라며 “무리한 규제를 피해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면서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