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심집회 강행’ 민노총 8000명 전원 고발… “감염병법 위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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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여의도 막히자 종로에 모여 거리두기 안 지키고 1.2km 행진
市 “불법집회 무관용 고발 조치”

거리두기 실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3일 오후 서울 종로 2, 3가 일대에 기습적으로 모여 
차로를 점거하고 불법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8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뉴시스
거리두기 실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3일 오후 서울 종로 2, 3가 일대에 기습적으로 모여 차로를 점거하고 불법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8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정부의 집회 자제 요청에도 3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8000명가량이 모인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 서울시는 4일 집회 참가자 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민노총은 당초 집회를 예고했던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를 경찰이 수송버스 등으로 길목을 막는 이른바 ‘차벽’으로 차단하자 종로2, 3가에서 기습적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예정 장소에서 결집이 어려워지자 시작 1시간 전에 내부 연락망을 통해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서울경찰청은 민노총 집회 차단을 위해 서울 전역에서 213개 부대를 동원했지만 “결집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던 대응 방침은 실패로 돌아갔다.

3일 오후 2시경 종로 일대에는 약 8000명(민노총 추산)이 몰려들며, 기존에 민노총이 신고했던 9명 쪼개기 집회는 물론이고 2m 거리 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을지로4가 인근까지 차로를 점거한 채 약 1.2km를 행진하며 2시간 가까이 집회를 이어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경찰청과 서울시는 확인된 위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어 달라”고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김 총리는 2일 집회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민노총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민노총 측은 “정부에서 방역 실패한 걸 왜 우리에게”라며 “집회 자유를 보장하라”며 면담을 거절했다.

서울시는 4일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무관용 고발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집회 참가자 전원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도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즉각 수사에 나섰다. 서울에서는 민노총이 집회를 강행한 3일 35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375명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코로나 확산속 어깨 맞대고 가두행진… 시민들 “집회 해야했나”
종로로 장소 바꿔 불법 기습시위, 차로 막고 행진깵 일대 교통 마비
시민들, 시위대 사이 비집고 통과 “감염 위험 커져” 곳곳서 항의

경찰, 52명 규모 특수본 꾸려 수사
작년 보수집회 비판했던 文대통령, 민노총 집회엔 메시지 내지 않아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좀 지나가게 비켜주세요. 코로나로 난리인데 꼭 이래야 하나….”

3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종로구 지하철1호선 종로3가역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가려던 50대 여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난처해했다. 집에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방향으로 가는 차로를 점거해 비집고 지나가기가 어려웠다. 몇몇 인도로 걸어가던 시민들도 우르르 몰려가는 집회 참가자들과 어깨를 부딪치자 불쾌하단 반응을 보였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고성을 내지르는 어르신도 계셨다.

이날 종로 2, 3가 등에선 민노총이 기습적으로 집회를 개최해 예상치 못한 불편을 겪은 시민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손모 씨(29)는 “업무 때문에 잠깐 나왔다가 오랫동안 사무실에 갇혀 있다 왔다”며 “아무리 야외라지만 원치 않은 밀접 접촉을 참가자 수백 명과 했다. 얼마나 좋은 의도로 하는 집회인지 몰라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역수칙 실종 집회… 시민들도 항의
민노총 집회 참가자 약 8000명은 3일 오후 1시 50분경 종로2가 사거리와 종로3가역 사이 약 400m 차도로 갑작스레 쏟아져 들어왔다. 당초 집회가 예고됐던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 경찰력이 집중된 틈을 노린 것이었다. 민노총은 경찰이 차벽과 펜스 등을 동원해 두 곳을 봉쇄하자 오후 1시경 “종로2가 쪽으로 집회 장소를 변경한다”고 전파했다고 한다. 이에 참가자들은 지하철 등을 이용해 이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시작도 순식간에 벌어졌다. 처음 도착할 때만 해도 평범한 사복 차림이었던 참가자들은 예정된 시간이 되자 민노총 조끼를 꺼내 입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둘렀다. 인도에서 차도로 뛰어든 이들이 갑자기 차들을 막아 세워 일대 교통은 아수라장이 됐다. 성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는 바람에 혼란은 더욱 극심해졌다.

기습적으로 열린 집회이다 보니 방역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집회 사회자가 “참가자들이 너무 촘촘하다. 양옆 간격을 벌려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집회가 끝날 때까지 대부분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었다. 인도 구석진 곳에선 참가자들이 모여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를 피우거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종로2가와 3가 일대는 집회 신고가 없었던 지역이라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다. 당시 광화문 쪽은 인원을 배치해 막았으나 다른 쪽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노총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2가에서 출발해 종로3가를 지나 청계천 배오개다리까지 약 1.2km를 행진하기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경찰과 민노총에 “행진을 하면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지는데 뭐하는 것이냐” “경찰은 왜 행진하도록 내버려 두느냐”고 비난했다. 경찰 측은 “행진을 막지 않은 건 집회 해산을 유도하기 위해 퇴로를 열어 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경찰, 기지국 접속 정보 확인할까

경찰은 4일 민노총 집회와 관련해 현장 영상 자료를 분석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집회 주최자 및 참가자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민노총 집회 참가자 전원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집회 참가자 명단 확보를 위해 이동통신사에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정보를 요청할지에 대해서는 “수사 사항이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방역당국과 경찰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에 민노총 2000여 명이 참가한 집회에 대해 기지국 접속 정보를 확보하지 않다가 논란이 일자 열흘 뒤 이동통신사에 정보를 요청했다. 반면 같은 날 열린 보수·개신교단체의 정부 규탄 집회는 경찰이 3일 만에 접속 정보를 요청했다.

지난해 해당 보수단체 집회를 강하게 비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민노총 집회에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보수단체 집회를 앞두고 서면 지시사항을 발표해 “정부의 방역 노력과 국민 안전 및 건강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민노총#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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