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11개월 17일’ 사소, 13년 전 박인비 섰던 그 자리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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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타이기록
LPGA 비회원 출전해 연장 접전… 하타오카 꺾고 필리핀 첫 메이저퀸
주니어 때부터 아시아무대 각광… JLPGA 장타 1위에 정교함까지

유카 사소(20·필리핀)가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클럽 레이크코스(파71)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된 뒤 자국 팬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소는 “팬들이 커다란 필리핀 국기를 준비한 것이 정말 대단하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미국골프협회 제공
유카 사소(20·필리핀)가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클럽 레이크코스(파71)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된 뒤 자국 팬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소는 “팬들이 커다란 필리핀 국기를 준비한 것이 정말 대단하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미국골프협회 제공
유카 사소(20·필리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로 꼽히는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2008년 박인비(33)가 우승하며 수립했던 종전 기록 19세 11개월 17일과 정확히 일치했다.

세계 랭킹 40위 사소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클럽 레이크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2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4언더파 280타를 적어낸 사소는 이날 3타를 줄인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9번홀(파4)과 18번홀(파4)의 합산 성적으로 승자를 가리는 1차 연장에서는 두 선수 모두 파를 지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9번홀에서 열린 서든데스 연장에서 사소는 러프에서 친 세컨드 샷을 핀 약 3m 거리에 붙인 뒤 퍼트를 잡아내 나사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1억1000만 원).

LPGA투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사소는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LPGA투어 대회로는 통산 2승을 거둔 제니퍼 로살레스 이후 16년 만의 필리핀 우승자다. 일본 교도통신은 필리핀과 일본 이중 국적을 가진 사소가 히구치 히사코(1997년 US여자오픈), 시부노 히나코(201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이어 일본 여자 선수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세 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LPGA투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무관중 경기로 치르다가 이번 대회부터 갤러리 입장을 허용했다. 경기 후 사소는 필리핀 국기를 흔드는 자국 응원단과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눴다. 사소는 “US여자오픈 출전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런 순간이 올 줄 몰랐다. 필리핀 국민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는 주니어 시절부터 아시아 여자 골프 무대를 휩쓸어 온 유망주로 2019년 필리핀투어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박성현(28)과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쳐 국내 골프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 골프에서 한국의 4연패를 가로막으며 개인전 정상은 물론이고 단체전까지 석권해 2관왕에 오른 뒤 이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했다. JLPGA투어 통산 2승을 올린 사소는 이번 우승으로 5년간 LPGA투어 회원 자격을 얻었다.

사소는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JLPGA투어에서 평균 262야드로 장타 1위를 달리고 있다. 파온을 했을 때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77개로 3위이며 최종 라운드 평균 타수가 69.8타로 1위일 만큼 강한 뒷심을 지녔다. 이날 2, 3번홀에서 연속 더블보기로 무너질 뻔했지만 16, 17번홀 연속 버디로 반전에 성공했다. 사소는 “캐디가 남은 홀이 많다고 얘기해줘 평정심을 유지했다. 배가 고파서 1차 연장이 끝난 뒤 바나나를 먹었더니 괜찮아졌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 LPGA투어에서는 동남아 유망주의 바람이 거세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22)이 우승한 데 이어 이번엔 사소가 바통을 물려받았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최대 경쟁자로 태국, 필리핀, 일본 등 같은 아시아 선수들이 꼽히고 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최종 합계 1오버파 285타로 랭킹 2위 박인비와 함께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2위에 5타 차 선두를 달리던 렉시 톰프슨(미국)은 충격적인 역전패를 허용하며 3위(3언더파 281타)로 경기를 마쳤다. 톰프슨은 17, 18번홀 연속 보기를 포함해 후반 들어 8개 홀에서 5타를 잃었다.

유카 사소는…
▽생년월일: 2001년 6월 20일 ▽국적: 필리핀 ▽키: 166cm ▽몸무게: 63kg ▽혈액형: B형 ▽골프 시작: 8세 ▽출신교: 일본 도쿄 요요기고교 ▽프로 데뷔: 2019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입회 ▽주요 경력: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골프 여자 개인전 및 단체전 2관왕, JLPGA투어 2승 ▽평균 비거리: 262야드(JLPGA투어 1위)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사소#최연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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