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코로나 감염자 덮친 ‘공포의 곰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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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취약 8800명 감염, 219명 사망
“의약품 부족… 치사율 94% 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도에서 치사율이 최대 50%에 이르는 ‘검은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2일 인도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약 8800명이 털곰팡이증(모균증)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8848명이 곰팡이균에 감염됐다. 현지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21일까지 검은 곰팡이로 최소 219명이 사망했다며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털곰팡이증에 감염된 이들은 대부분 현재 코로나19 환자이거나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다. 특히 기저질환으로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에서 집중적으로 쓰인 스테로이드제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털곰팡이증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에게 산소를 투여하는 과정이 비위생적인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흙이나 분뇨, 썩은 과일 등에서 볼 수 있는 검은 곰팡이는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거나 감염돼도 해롭지 않다.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되는 병도 아니다. 그러나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으면서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사람들이 걸릴 경우 치사율이 20∼50%까지 이르는 심각한 질병이 된다. 감염되면 코피를 흘리거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눈과 코, 폐와 뇌까지 전이된다. 뇌로 전이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전이를 막기 위해 눈을 적출하거나 코, 턱뼈 등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기에 발견하면 항곰팡이 정맥 주사를 8주가량 맞으며 치료할 수 있지만 현재 코로나19로 병상과 의약품이 부족한 인도에서는 항곰팡이 의약품도 구하기 어려운 상태다. 인도 마하라자 예슈완트라오 국립병원의 판데이 부원장은 BBC에 “털곰팡이증은 인도에서 1년에 10여 건 발생했던 질병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보다도 심각한 질병이 됐다”며 “약 80%의 환자가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사율이 94%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인도#공포의 곰팡이#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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