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BBC 산업이 안보지렛대… 국가전략 새로 짜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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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1일(미국 시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를 지목했다. 정부는 정상회담 성패가 이들 세 산업 분야에 달렸다고 보고,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들에 미국 내 신규 투자를 요청한 상태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이른바 ‘BBC 산업(바이오 배터리 반도체칩)’을 지렛대로 미국으로부터 코로나 백신 확보와 외교안보 분야의 협조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패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첨단산업의 공급망(Supply Chain)을 재편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과 더불어 새 공급망 구축에 공을 들이는 분야가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등이다. 한국 기업들은 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배터리 기술은 중국과 선두를 다투고 있고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도 세계적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지원 없이도 BBC 산업이 성장했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및 산업 환경에서는 기업의 역량만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올해 1월 국가수권법까지 활용해 반도체에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재정 지원과 전기차 보조금 정책 등으로 CATL을 세계 1위 배터리 업체로 만들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은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데 정부가 과감히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BBC 산업 지원에 손을 놓고 있었다.

정부는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제 혜택은 경쟁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대학 정원을 묶어 놓은 채 인력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태다. 무엇보다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지원을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화학물질관리법, 주 52시간 규제 등은 신규 개발과 생산의 걸림돌이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상반기 중 내놓겠다고 한 ‘K배터리 전략’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대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BBC 산업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도록 방치하거나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필요한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수시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국가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bbc 산업#안보지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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