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화문 집회 맛이 간 사람들” 공영이라는 MBC 사장의 수준

동아일보 입력 2021-05-17 00:00수정 2021-05-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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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이 14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자사가 후원한 세션의 기조발표자로 나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집회 보도를 거론하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에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집회를 1 대 1로 보도하는 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인가”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다음 날엔 “과격한 막말로 비판을 받았던 일부 인사들이 참석한 집회를 가리킨 것”이라며 “일부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한국방송학회에 발제자로 나와선 MBC를 공영방송으로 규정해 수신료를 지원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공식석상에서 “맛이 간 사람들”이라는 막말을 써가며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낸 것이다. 보도국장 시절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 수호’ 집회 참가 규모에 대해 “딱 봐도 100만 명”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박 사장의 인식도 심각한 수준이다. 박 사장은 이날 “공영방송의 공공성은 중립성 공정성에서 나아가 시대정신과 상식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조국 수호가 ‘시대정신’이므로 조국 반대 집회와 균등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식이면 의견이 대립되는 이슈를 편파적으로 보도해 놓고 사후적으로 시대정신을 따랐다고 둘러대면 그만인 셈이다. 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의무화한 방송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에 힘쓴다’고 규정한 MBC 자체 방송 강령에도 맞지 않는다. 자사의 강령조차 무시하는 이가 공영방송 MBC의 수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존재 의의는 조국 사태처럼 국민의 첨예한 관심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가리고 다양한 견해를 균형 있게 보도함으로써 민주적 여론 형성을 돕는 데 있다. 박 사장은 비뚤어진 언론관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품위를 잃은 막말을 한 데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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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mbc사장#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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