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70%룰’ 어긴 임대주택 리츠 고발… 업계 “무리한 잣대”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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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세입자 나갈때 돌려줄 보증금, 현금 형태로 보유할 수밖에 없어
일시적으로 현금자산 비중 커져… 부동산 비중 70%미만 비일비재
국토부, 특수상황 고려 않고 고발”… 법조계 “고의성-사회물의 따져야”
국토부 “고발 문제없어… 소통은 개선”

국토교통부가 최근 민간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펀드(리츠·REITs)를 무더기로 경찰에 고발했다. 세입자가 퇴거할 때 일시적 공실이 생기는 임대리츠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 잣대를 적용해 고발부터 먼저 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국토부는 교보자산신탁, 대림AMC, 대한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5개사가 운용하는 6개 임대주택 리츠를 경찰에 고발했다. 임대주택 리츠는 임대주택을 사들여 세입자에게 세를 주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민간 임대를 늘리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번에 국토부가 이들 임대리츠를 고발한 것은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동산투자회사법 제25조 1항(70% 룰)을 어겼다는 이유다. 70% 룰은 리츠 자체가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리츠업계는 세입자가 퇴거할 때 내줄 보증금을 현금 형태로 보유할 수밖에 없어 일시적으로 부동산 비중이 70%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강변한다. 기존 세입자가 퇴거하며 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때 새로운 세입자의 전입 시기와 관계없이 바로 현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리츠 업계 관계자 A 씨는 “현금이 있으면 차입금을 상환하고 대출 이자를 줄이는 게 리츠 입장에서는 이득”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고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은 퇴거하는 세입자가 바로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게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보증금을 증액할 때도 70% 규칙을 일시적으로 어길 수 있다. 이번에 고발 대상이 된 한 리츠 사업도 임대보증금을 법정 상한선인 5% 이내에서 증액하며 일시적으로 현금 자산 비중이 커졌지만, 곧바로 차입금 상환에 나서 현금 자산 비중을 30% 아래로 낮췄다.

부동산업계는 국토부가 임대주택 리츠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경찰 고발에 먼저 나섰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훈령인 ‘부동산투자회사 등에 관한 검사규정’에 따르면 검사원은 위법행위를 한 리츠에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줘야 하며, 의견이 타당할 때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번에 임대주택 리츠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소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사안이 발생하면 고의성이 있는지, 반복적인지, 사회에 물의를 주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이번 고발로 민간임대 리츠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고발 대상이 된 임직원들은 경찰 조사 후 처분 결과에 따라 본인들의 경력에 흠이 잡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대주택 리츠 임직원 B 씨는 “신탁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리츠 관련 일을 굳이 나서서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올해 2월 국토부와 업계가 간담회를 가진 이후 한 달 만에 아무런 통보 없이 고발한 것도 납득이 안 간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이번 고발이 리츠 활성화에 역행하는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매년 한 번씩 리츠 자산 구성을 확인해 관련 규정을 어긴 곳을 고발했다는 것이다. 과거 고발당한 한 임대주택 리츠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다만 고발 전 리츠업계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은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리츠의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토부#70%룰#임대주택#리츠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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