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교사의 역할은 ‘연결’[내 생각은/장서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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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대체된 우리 교육은 처음엔 큰 혼란을 겪었지만 지금은 많이 안착됐다. 드라이브 스루를 적용한 교과서 배부, 온라인 모의고사 등은 아무 준비 없이 전쟁에 나선 것처럼 교사들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했고 교사들의 피로감은 커져갔다. 그러나 아이들 역시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인간적 접촉에 대한 목마름이 어느 때보다 컸다. 학생들 모두가 각자의 공간에 고립되었다는 두려움이 컸고 더 단단한 유대관계를 지닐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한 것은 정서적 지원과 ‘연결된(connected)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사들은 메시지나 전화, 비밀 댓글, 영상통화, SNS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이들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중이다. 서로가 비록 떨어져 있지만 우린 이어져 있다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우리 반의 경우 온라인 종례 시간이 특별하다. 7교시 영상수업을 마치면 미션을 하나씩 올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솔푸드(soul food)는?’ ‘제일 듣고 싶고 설레는 말은?’ ‘오늘 각자에게 감사한 일은?’ 같은 친숙한 질문들을 올리면 아이들이 답을 적는다. 아이들은 “엄마가 만들어준 집밥”이라거나 “너 진짜 복스럽게 먹는다” “사랑해. 힘내! 할 수 있어” “담임선생님이 조회를 일찍 끝내주셨다” 등 댓글을 달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한다.

학부모들 역시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않고 학교에서 대면상담을 하지 못해 걱정이 크다. 학부모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상담하며 진로정보와 가정 내 시간관리법 등을 공유한다. 얼마 전 교실 수업시간에 학부모들의 깜짝 편지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 보게 하는 이벤트를 준비했고 학생들과 함께 눈물을 글썽인 적도 있다. 아이들과 교사 모두 매주 서로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오히려 더 소중해졌다. 소중한 시간을 학창 시절의 기억으로 남기도록 하는 것, 아이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 그것이 지금 필요한 교사의 역할이다.

장서윤 서울 세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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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교사#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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