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행동’[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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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세부 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세부 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을 방문할 때 그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업무에 착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으며, 동맹은 이를 배가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 한국이 참석한 것은 글로벌 질서 유지에 대한 한국의 책임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루나이와 함께 게스트로 참여한 것은 영국이 그저 환대해서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미국은 다른 경제적 선진국 및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국가들이 혼란 속에 있는 세계를 고치는 데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

대북정책에 대한 엄격한 검토를 마친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관리 계획은 워싱턴에서 주목받을 게 분명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는 적극적으로 외교를 추구하면서 억지력과 방어를 보장하기 위한 조정된 접근법을 취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행정부의 통합 억지 개념은 외교의 역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북한을 영구적 핵보유국으로 만들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는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고민은 몇 년 전부터 미국의 정책과 동맹 협의, 국제 대화에서 지속돼온 주제였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가 파기된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요구했다. 이 문구는 트럼프 행정부 때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로 수정됐다. G7 공동선언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포기(CVIA)’를 추구한다.

북한과의 관계에는 새로운 용어 정도로는 훨씬 고치기 힘든 문제들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방을 설득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필요한 양보를 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외세의 개입을 막으려는 두려움과 불안감뿐 아니라 국내외에서의 과시와 협박 목적으로 핵 억지력을 소중히 여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중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왔고, 심지어 약간의 양보만으로도 제재 완화에 있어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CVIA는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보상 없이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용적, 단계적인 조치에 대한 전문가 토론의 문을 열 수 있다. 이런 걸음마 수준의 단계적 접근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이든식 유연성의 장점이다.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동맹국들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외교는 비록 그 길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길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하노이 회담의 실패 원인으로 지적되는 일괄타결 방식보다 ‘전략적 인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 초점은 갈등이 아닌 외교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을 다룰 때 신중하게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한국의 차기 정부는 북한이 파괴적인 대응을 촉발할 주요 살상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역과 세계를 위한 긍정적인 목표가 더 중요하는 것을 알 것이다. 북한은 공개적 갈등은 피하고 정치적 전쟁, 불법 경제 및 사이버 활동, 군대 현대화 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외교 과정은 이런 북한의 저강도 공격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협력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균형 있고 유연한 자세는 북한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이 확고한 입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미 동맹은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와 실질적인 대미 실무회담을 제의할 때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굳건하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개선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팬데믹과 경제 혼란, 공급망 안보와 첨단기술 경쟁, 기후변화 등에 대한 대응을 지속해야 한다. 전 세계가 미국의 떠오르는 대북정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겠지만, 훨씬 더 시급한 것은 민주주의가 움직이는 걸 보는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거부하더라도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많은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행동(Action)’을 보여줄 수 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조바이든#문재인#한미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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