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릴라 용진이형-비빔면 장인 유재석… 유통업계에 부캐 열풍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5-12 03:00수정 2021-05-12 06:3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鄭부회장, 자신닮은 고릴라캐릭터와 인스타서 재치있는 설전 이어가
“젊은층 주목, 브랜드 충성도 높여”… ‘유재석 부캐’ 내세운 비빔면도 인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과 안 닮았다”고 하는 그의 ‘부캐’(부캐릭터) 제이릴라와 함께 서 있다. 제이릴라
“진짜 나랑 하나도 안 닮았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일부다. ‘저격’ 대상은 다름 아닌 신세계푸드의 캐릭터 제이릴라. 고릴라 캐릭터로 정 부회장을 닮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명 그의 ‘부캐’(부캐릭터)로 불린다.

정 부회장은 제이릴라와의 갈등 서사를 의도적으로 만든다. 어린이날 제이릴라가 “어린이날 기념으로 용진이 형에게 케이크를 선물했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정 부회장은 “내가 싫어하는 고릴라가 보내준 케이크. 내다 버리려다가 애들이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킵함(가짐)”이라고 올리는 식이다. 이 같은 글에는 “본캐와 부캐의 갈등 서사” “그렇게 튕기다 사랑에 빠지는 전개인가요” 등의 댓글이 달린다. 덕분에 지난달 2일 처음 개설된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약 한 달 만에 5000명을 넘기며 인기를 얻고 있다.

○ 디테일한 세계관으로 MZ세대와 교감
최근 유통업계서는 이처럼 ‘부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이 인기 있다. 단순히 가상의 캐릭터를 내세워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을 넘어섰다. 정 부회장 사례처럼 ‘디테일한 서사’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게 핵심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캐 마케팅을 통해 한 번 자신의 마음에 들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MZ세대와의 라포를 형성할 수 있다”며 “이는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요기사
부캐로 인기를 끈 상품이 실제로 출시되기도 한다. 11번가는 3일 유튜브 웹예능 ‘B대면데이트’ 속 가상 기업인 ‘김갑생할머니김’의 김을 성경김과 협업해 출시했다. 김갑생할머니김은 개그맨 이창호가 유튜브 예능 속에서 연기하는 ‘재벌 3세 이호창’의 회사다. 예능 속에서 이 캐릭터는 비호감 소개팅남이자 김갑생할머니김의 미래전략본부장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출시된 제품에는 “양념으로 얼룩진 흰 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건 김 한 장”이라는 예능 속 창업주 김갑생 명예회장의 명언이 새겨져 있다. 예능 속 코드를 깨알같이 반영한 제품은 실제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11번가 관계자는 “준비한 초기 물량이 거의 다 팔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 기업 이미지에 맞는 확실한 캐릭터 있어야 성공
정 부회장은 어린이날을 맞아 제이릴라가 선물한 케이크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내다 버리려다 가졌다”며 ‘츤데레’(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사람)식 애정을 보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부캐 열풍의 원조인 유재석도 식품 광고에 등장한다. 유재석은 올 3월부터 농심의 배홍동 비빔면 광고에서 ‘비빔면 장인 배홍동 유씨’를 연기하고 있다.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산슬, 지미유 같은 숱한 부캐로 등장한 걸 아는 소비자들은 더욱 재미를 느낀다. 현재 배홍동 비빔면은 3월 한 달 판매량이 900만 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농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본캐 유재석이 부캐 ‘배홍동 유씨’를 인터뷰하는 영상은 조회수 160만 회를 돌파할 정도로 마케팅 효과가 컸다.

물론 모든 부캐 마케팅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난해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 콘셉트의 ‘빙그레우스’가 B급 감성으로 성공한 후 여러 기업이 앞다퉈 부캐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내진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가 기업 이미지에 잘 맞지 않거나 모호한 경우 아무리 많은 부캐를 내세워도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캐의 말실수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내릴 위험도 있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부캐가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선’을 넘을 우려도 있다”면서 “우후죽순으로 기업들이 내세우는 부캐들이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제이릴라 용진이형#유재석#유통업계#부캐 열풍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