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성주]‘도구인가 동료인가’… 인간과 AI 관계 설정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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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일상에 깊이 침투한 AI 기술
AI 활용과 인간의 역할 고민할 시간
정확도 향상되지만 일자리 대체 가속화
어떻게 공존할지가 새로운 숙제로 떠올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인공지능(AI) 기술이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오고 있다. 1956년 처음 그 용어가 등장한 이후 의료, 생산, 자율주행,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음성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지금의 아이들에게 익숙한 친구 정도로 생각되는 걸 보면, 아이언맨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주로 등장하던 인공지능 비서를 개인이 하나씩 구비하는 시대 또한 머지않은 듯하다. 인공지능이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관이자 컨설팅 기관인 가트너 그룹은 이를 ‘인공지능의 민주화’라 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눈앞에 둔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크게는 두 가지 정도의 접근이 가능할 것 같다.

첫째, 인공지능을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인간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대신 수행해 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체온 측정, 문진, 방역 등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인공지능은 병을 진단하고 수술을 돕는 데 또한 활용된다. 작년 IBM에서는 환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파킨슨병을 조기 진단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고,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을 통해 파킨슨병의 증상이 얼마나 호전될 수 있을지 예상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인간 개인이 경험하는 사례에 비해 인공지능이 경험을 모으는 사례가 훨씬 많을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인공지능은 여러 사례를 학습하여 인간의 판단을 도와주는 훌륭한 의사결정 지원 도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도구로 간주된다면 어떠한 경우에서든 인간의 개입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며, 최종 의사결정의 역할과 책임 또한 인간에게 있을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을 인간의 동료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 인공지능은 인간과 함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작용하고 함께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인공지능을, 인공지능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미래 예측에 있어 최근 가장 활발한 시도 중 하나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떠한 기술이 5년 뒤, 10년 뒤 유망할지 예측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어떠한 기술이 향후 자율주행 분야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며, 어느 시점에 얼마나 집중적으로 활용될 것인지 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실무에서는 인간의 통찰력을 통해 유망 기술을 발굴하려는 활동 또한 수행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동료로 생각하는 순간, 인간은 인공지능이 왜 특정 기술이 유망하다고 예측하였는지 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인공지능 또한 인간의 통찰력을 인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후속 예측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을 크게 감소시켜 주지는 못해도 업무의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다. 반면 동료로서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수행하던 정형화된 업무의 일부를 수행함으로써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을 가져온다. 다만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잘못된 의사결정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많은 SF영화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당한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인간과 접촉할수록 더욱 우수해지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기술에 대한 인간의 요구와 기대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 때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인간의 우려가 이렇게 영화에서 표현된 셈이다. 그러나 특정 상황과 조건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우리가 분명하게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인공지능과의 관계가 도구가 되어야 할지 동료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 대비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도구#동료#인간#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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