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각광받는 20평형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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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 84m²(30평형대) 아파트는 오랫동안 ‘국민 주택’으로 불렸다. 3, 4인 가족이 살기에 충분한 공간이어서 수요가 많았다. 아파트를 공급하거나 새 평면을 개발할 때도 늘 30평형대가 기준 역할을 했다. 대도시에서 이런 아파트는 성공한 내 집 마련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요즘 30평형대 대신 20평형대에 수요가 몰린다고 한다.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 1인가구의 소형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m² 이하 소형 아파트 값은 2.69% 올라 중소형(전용 60∼84m²)의 2.28%를 앞질렀다. 거래량도 소형이 약 10% 더 많았다. 가격 인상률과 거래량 모두 소형이 중소형을 앞지른 것은 이례적이다. 소형 아파트 쏠림 현상은 주로 가격 때문이다. 서울의 30평형대는 평균 10억 원을 넘었다. ‘영끌’을 하더라도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1분기 서울 아파트 매입자의 절반이 20, 30대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층의 내 집 마련 한계선이 20평형대인 셈이다.

▷소형 수요가 늘어난 것은 1인 가구 급증의 영향도 컸다. 혼자 사는 집은 2000년 222만 가구였는데 지난해 600만 가구를 넘었다고 한다. 세 집 중 한 집꼴이다. 요즘 MZ세대들은 여럿이 사는 넓은 집보다 작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선호한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취업 후 독립하려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이런 세대에게 소형 주택은 취업에 버금가는 ‘꿈’이다. 청년 수요자가 몰리면서 전용면적 30m² 이하 소형 오피스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로운 평면 구조도 소형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최근 짓는 20평형대 아파트는 방 3칸과 화장실 2곳을 갖춘 곳도 많다. 주로 30평형대에 적용하던 3베이(방 2칸과 거실을 전면에 배치해 햇볕이 잘 드는 구조)가 20평형대에도 적용되고 있다. 3, 4인 가구도 불편하지 않은 구조여서 눈높이를 낮춘 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수도권에서 소형과 중소형의 가격 차이는 2년 전 1억500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2억2000만 원을 넘는다. 잔뜩 빚을 내기보다 마음 편하고 실용적인 게 낫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거 공간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단칸방에 여럿이 살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은 2019년 기준으로 32.9m²다. 20평형대에 2명 정도가 사는 셈인데 아주 좁다고 볼 수는 없다. 면적보다 시설이나 주변 환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공급 물량 못지않게 요즘 생활 방식에 걸맞은 주택 품질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각광#20평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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