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이 제대로 대접받는 군대가 강군이다[동아시론/전성훈]

전성훈 前통일연구원장·국민대 겸임교수 입력 2021-05-08 03:00수정 2021-05-0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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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前통일연구원장·국민대 겸임교수
최근 휴가에서 복귀한 장병에 대한 부실급식과 열악한 격리실태가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틈만 나면 K방역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가 가슴을 칠 일이고, 일반 국민들도 자괴감이 드는 부끄러운 사건이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7일 ‘격리장병 생활 여건 보장’을 위한 회의를 열고 황급히 대책을 내놨다.

부실급식 문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국방예산이 52조 원인 나라에서 장병 1인당 한 끼 급식비가 2930원이다. 초등학생(3768원), 중학생(5688원)보다 적다.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이던 작년 초, 청도 의료진에게 제공한 도시락과 일부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에게 제공한 도시락이 차이가 커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당시 인천의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에게 제공한 도시락의 가격이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군장병의 한 끼 식사가 중국인 유학생보다 못한 현실을 정부와 군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사건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군 수뇌부가 보여준 늑장 대응과 부실 대책은 설상가상이다. 사건이 알려진 지 1주일이 넘어서야 국방부 장관이 긴급 지휘관 회의를 열었고, 내놓은 대책의 하나가 격리장병 선호 메뉴를 10∼20g 더 배식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슈퍼에서 파는 작은 바나나 한 개가 130g이 넘는다. 급기야 군 최고 지휘부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국방부 장관과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한 육군참모총장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하다’는 귀에 익숙한 변명을 되풀이했다.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처우 문제가 발생하자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군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군대의 시대착오적 관행을 질타하거나 장병의 기본적인 생활과 인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인권문제가 많이 부각되었다. 모두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한 장병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합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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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관심 밖에 벗어나 있는 그늘진 구석구석을 철저하게 보살피는 사회가 기본에 충실한 사회이고, 그런 나라가 선진국이며, 그런 군대가 강군이다. 기본에 충실한 나라는 국민 각자가 나라의 주인으로서 당면한 위협은 물론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깨어있는 문화가 정착된 나라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관료와 군이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자기 직분에 충실한 것을 삶의 보람이자 가치로 여기는 순수함을 잃지 않는 나라다. 이번 휴가 장병 부실처우 사건은 대한민국이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허약한 사회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이 사건은 우리 군의 총체적 부실의 한 단면일 뿐이다. 최근 들어 군이 경계실패와 기강해이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전면쇄신 요구가 빗발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2019년 6월 삼척항 목선 귀순에서부터 올해 2월 동해안 오리발 귀순까지 중요한 경계실패 사건만 7건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조종사들이 비상대기실에서 술판을 벌인 것에서부터 올해 1월 육군 간부가 경기 중 자신의 공을 가로챘다며 병사를 폭행한 것까지 기강해이 사건도 다수 발생했다. 우리를 직접 위협하는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은 궤적 탐지도 제대로 못 했고, 북한 핵문제는 협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소망 이외에 확실한 대책이 없다.

무엇보다 군 지휘부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정치화되고 탁상행정에만 능한 군대, 겉만 화려한 보여주기식 군대라는 비아냥거림을 듣지 않으려면 군 간부들이 본연의 임무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부하들은 상관의 행동거지를 그대로 보고 배운다. 국방부가 7일 발표한 ‘격리장병 생활 여건 보장’ 대책도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이란 비판을 면하려면 군 지휘부의 기본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독재정권만 바라보는 정치권의 대북 저자세도 끝내야 한다. 주적인 북한군을 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국군의 정신무장이 튼튼할 수 있겠는가? 평화를 구실로 한 안보의 정치화야말로 나라의 기본을 망가뜨리는 잘못으로서 역사의 엄정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는 독재자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만나면서도 군대에는 철통같은 방어태세를 지시하는 것이다. 국정의 방향과 군의 태세를 총체적으로 바꾸고 나라의 면모를 새롭게 해야 한다.

전성훈 前통일연구원장·국민대 겸임교수
#부실급식#장병#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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