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 지휘자로 영역 넓힌 ‘1인다역’ 음악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5-04 03:00수정 2021-05-04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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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엔 리코더 오른손엔 지휘봉’ 권민석
9일 古음악 앙상블 ‘알테무지크 서울’ 정기연주회 지휘
초등때 ‘꽂힌’ 리코더 연주자로 출발… 대학때 유학갔다 지휘까지 이중전공
어린시절 우상 브뤼헌의 길 따라가… 작년 ‘한화클래식’ 무대서 실력 증명
리코더 연주자에서 현대음악과 낭만주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지휘자로 활동영역을 넓혀온 권민석. 동아일보DB
지휘자 권민석(36). 그는 소박한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 ‘리코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다. 이제 리코더와 지휘봉을 번갈아 손에 드는 그가 고(古)음악 앙상블 ‘알테무지크 서울’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9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유학 시절 대지휘자 게르기예프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지휘하는 걸 보았죠. 지휘자와 악단 사이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어요. 지휘라는 작업에 매혹됐죠.”

친구들은 장난감 또는 따분한 교재 정도로 생각하던 리코더에 초등학생 시절 ‘꽂혔다’. 어느 날 어머니가 고음악(고전주의 초기나 바로크 이전의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 특성을 살려 연주하는 것) 대가이자 리코더 연주자 겸 지휘자인 프란스 브뤼헌이 연주하는 리코더 음반을 사왔다. ‘장기’ 정도로 여겼던 리코더에 대한 자세가 한층 진지해졌다.

고1 때 부모님께 “리코더를 전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음대 재학 중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덴하흐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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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선 브뤼헌이 ‘18세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을 자주 관람했다. ‘멋지네, 저런 작업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지휘자 네메 예르비의 마스터클래스에서 지휘봉을 잡아본 뒤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에드 스파니아르드 교수의 지휘 과정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연마를 시작했다.

이제 그는 리코더와 함께 지휘자로서의 커리어도 착실하게 쌓아나가고 있다. 네덜란드 국립오페라 아카데미 부지휘자로서 모차르트와 마스네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엔 덴하흐 왕립음악원 영재들로 구성된 아테네움 체임버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지휘자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비대면으로 진행한 ‘한화클래식 2020: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로크 프로젝트’ 영향이 컸다. 바흐 ‘결혼 칸타타’와 페르골레지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를 능란하게 요리해 까다로운 고음악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

어린 시절 우상 브뤼헌의 길을 따른 셈이지만 그의 영역은 고음악에 주력했던 브뤼헌보다 넓다. 지난해엔 20세기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로 세계 최고 권위의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리코더를 공부하다 보면 낭만주의 레퍼토리가 없어서 바로크에서 현대로 관심을 옮기게 되죠. 낭만주의 시대 곡들도, 편성이 큰 말러의 교향곡도 지휘하고 싶습니다.”

이번 알테무지크 서울 연주회에선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소프라노 김호정이 협연하는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륄리 오페라 ‘서민 귀족’ 발췌곡, 알테무지크 서울 강효정 음악감독이 협연하는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플라티의 첼로 협주곡, 헨델 수상음악 제2모음곡을 지휘한다. 그는 “플라티는 1990년대에 악보가 대거 발견되면서 주목받게 된 작곡가”라며 “비발디나 코렐리와도 비슷하지만 특유의 쨍한 밝음이 있는 그의 작품을 널리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3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리#지휘자#권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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