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수익 미끼 상조상품 불법판매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시 ‘다단계 영업’ 조사 나서
“은행보다 높은 이자” 투자 권유… “지인 모집땐 수당도 지급” 유인
상조 가입하면 연락 끊고 ‘먹튀’… 市 “대리점 불법 심각… 법적 대응”

서울에 사는 70대 A 씨는 지인을 따라 방문한 한 사무실에서 투자를 권유받았다. 사무실 직원들은 “최소 100만 원을 투자하면 매일 0.25∼0.3%의 이자를 통장으로 넣어준다”고 했다. 이들은 또 “1000만 원을 투자하면 매일 2만5000∼3만 원이 들어오니 은행보다 이율이 훨씬 높은 이자를 연금처럼 계속 받는 셈”이라고 유인했다.

A 씨가 “당장 100만 원을 융통하기는 어렵다”며 아쉬워하자 이들은 상조 가입을 권유했다. A 씨가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상조회사 대리점은 그의 명의로 상조 상품에 가입한 뒤 본사로부터 모집수당을 받는데 이 돈을 투자 용도로 쓰자는 것이었다. 다른 지인이 추가로 상조에 가입하면 이에 따른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이들의 지시를 따랐지만 2개월 뒤 연락이 끊겨버렸고 돈도 받지 못했다.

서울시가 A 씨처럼 최근 이자 수익을 미끼로 내걸고 상조 상품 가입 관련 불법 변칙 영업을 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자 조사에 착수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인들에게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제안하며 상조 상품을 계약하게 유도한 뒤 본사에서 나오는 수당을 따로 챙겨 잠적하는 수법이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지인을 추가로 가입시키면 월 납입금을 대신 내주고 모집수당도 주겠다’고 접근해 계약을 성사시키고는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70대 B 씨의 경우 이러한 권유에 지인을 소개해 상조 상품에 가입시켰다. 이랬던 B 씨는 모집수당은커녕 대신 내주기로 했던 월 납입금도 받지 못한 채 불법 다단계 영업책 활동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피의자 신분이 돼버렸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 상조회사를 통해 서울시에 여러 건 접수되고 있다. 실제 C상조회사는 3월 한 영업점의 계약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262건 중 258건이 불법 영업을 통한 계약으로 드러났다. 실적이 지나치게 늘어난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살펴보니 중간 판매원이 모집수당을 챙기기 위해 개인명의 도용 등을 거쳐 허위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상조회사는 일반적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해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대리점은 가입자를 늘리려 별도의 영업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상조회사 본사가 영업조직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계약 1건당 평균 35만∼40만 원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C상조회사가 불법 영업을 한 조직에 지급하려던 금액은 1억여 원에 달했다”며 “지난해에도 다른 상조회사가 비슷한 방식으로 총 40억여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시는 도용된 개인정보가 2,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노인이나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대진 시 민생대책팀장은 “우선 서울에 주소를 둔 상조회사를 대상으로 최근 계약한 상품에 관한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며 “비슷한 사례 발생에 대비해 법적 대응 방안도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조 상품 가입을 통한 투자를 제안받거나 이러한 영업을 목격했을 때 ‘서울시 눈물그만 온라인 창구’로 신고하면 피해 상담, 대응 절차 안내 등을 받을 수 있다. 박주선 시 공정경제담당관은 “허위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불법 조직에 지급할 경우 업체 자체의 재무건전성 하락은 물론이고 상품에 가입한 시민도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건전한 상조시장을 만들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불법 변칙 영업#상조상품#불법판매#서울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