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길” 은성수 경고뒤 코인 급락… 2030 “그길 누가 만들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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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광풍]비트코인 가격 한때 13.3% 하락
“은성수 사퇴 해야” 靑청원 등장… 이더리움-도지코인 두자릿수↓
김치 프리미엄도 3%P 넘게 줄어… “단기조정” “본격하락” 전망 엇갈려
여당도 코인투자자 반발 진화나서… “청년들이 왜 매달리는지 고민해야”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됐을까요?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은 위원장이 전날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경고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을 대표해 말한다”고 밝힌 이 청원인은 “투자자는 보호해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서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고요?”라고 반문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6만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미국의 자본이득세 인상 추진 소식과 은 위원장의 구두 경고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자 취업난과 자산 격차에 따른 박탈감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는 청년들의 반발과 여당의 비판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 ‘은성수의 난’…‘김치 프리미엄’도 축소

23일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급락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0시 개당 5754만7000원에 거래돼 전날 같은 시간보다 13.3% 하락했다. 이더리움은 오후 10시 전날보다 15.3% 하락한 261만8000원에 거래됐다. 올해 2월 상장돼 최대 10배 가까이 올랐던 도지코인도 17% 가까이 떨어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전날 9월부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적용되면 법에서 정한 조건을 맞추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8년 1월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방침을 밝혀 가상화폐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당시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박상기의 난(亂)’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미국의 자본이득세 인상 추진 소식 등의 여파로 비트코인이 5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전 세계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했다. 여기에다 은 위원장의 구두 경고로 국내 시장의 가상화폐 가격이 더 추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보다 4.24%포인트 높았다. 전날인 22일 오후 6시 기준의 시세 차이(7.59%)보다 3%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이다. ‘김치 프리미엄’(국내에서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3%포인트 넘게 빠진 건 은 위원장의 구두경고 효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 여당에서는 코인 투자자 달래기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여권에서도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암호화폐 정책,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며 박 전 장관과 은 위원장을 모두 비판했다. 이 의원은 “왜 2030세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그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은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 회의에서 했던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제발 정신 좀 차려라. 금융위원장의 경솔한 발언에 상처받은 청년들에게 죄송의 말씀 올린다”고 적었다.

한편 이번 하락이 단기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들어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김치 프리미엄’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계속 우상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잡코인’이라 불리는 알트코인 시장엔 가혹한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연말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가격 출렁 ‘은성수 후폭풍’
‘거래소 폐쇄’ 경고 발언 파장… 美 자본이득세 인상 추진 겹쳐

미국의 자본이득세 인상 추진 소식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경고에 23일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반 만에 5000만 원대로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시장이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오후 10시 현재 개당 5754만7000원에 거래됐다. 하루 전(6635만6000원)과 비교하면 13.3%(880만9000원) 급락했다. 비트코인이 6000만 원대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데다 미국 정부가 자본이득세를 두 배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5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전날 은 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구두 경고까지 겹쳐 국내에서 더 하락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답변에서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며 “9월에 갑자기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고 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신지환·최혜령 기자
#잘못된 길#은성수#코인 급락#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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