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核 갈등에 발들인 한국,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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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이란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에스하그 자항기리 수석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합의(JCPOA) 관련 당사국 간 건설적 대화가 진전되는 것을 측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이 “한국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이란 원유 수출대금(70억 달러) 동결조치를 해제하라”고 촉구한 데 대한 답변으로, 미국-이란 간 갈등이 계속되는 핵합의 복원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은 이란 당국의 한국케미호 억류 해제와 연계된 외교 행보다. 조만간 퇴임을 앞둔 총리라지만 그 발언이 립서비스로 끝날 수는 없다. 이란이 억류 3개월여 만에 우리 선박을 풀어준 것은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문제가 근본적으로 미-이란 핵합의 복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우선 미국과의 외교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의 역할에도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의사표시인 셈이다.

하지만 이란 핵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전임 행정부가 일방 탈퇴한 핵합의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사태는 계속 꼬이고 있다. 정 총리 방문 와중에도 이스라엘의 사이버공격으로 추정되는 핵시설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중동의 세력균형 질서를 다시 짜는 문제인 만큼 미-이란 외교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닌 것이다.

이런 복잡한 국제정치 게임에 한국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한국 외교가 또 다른 수렁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북핵 해결을 위한 접근법에서도,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에서도 미국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를 보여준 터에 이란의 사정을 사실상 대변할 한국을 과연 미국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조만간 나올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벌써 이란 핵합의 모델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핵 갈등에 끼어들려는 것도 그런 편의적 낙관에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무리 참견 수준일망정 외교 행보에는 그럴 역량과 자격을 갖췄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의욕과 기대만 앞세워선 참사를 낳을 뿐이다.
#이란#정세균#이란 핵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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