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 함께 더 많은 일자리 만들 것… ‘슈퍼 고용시대’ 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4-01 03:00수정 2021-04-0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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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1주년]글로벌 석학 인터뷰
<1> 토머스 프레이 美다빈치연구소장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군의 세분화로 미래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다빈치연구소 제공
《 “앞으로 기술 개발이 10만 개의 마이크로 산업을 일으키고, 우리는 더 많은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67)는 본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인류의 미래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기술 발전으로 3차원·디지털 세상이 현실화되면 지금보다 산업과 직군이 훨씬 더 세분화되고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IBM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그는 미래학자로 새 명함을 파고 1997년 미국 콜로라도주에 다빈치연구소를 설립했다. 강연과 미디어 인터뷰로 인지도를 높여가던 그는 2006년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가 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프레이는 10년 뒤 세상을 그려 달라는 요청에 지금의 많은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을 둔 교육 전문기업으로 바뀌고, 내연기관 차량 생산이 중단되고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설 것으로 봤다. 앞으로는 국경의 장벽이 절대 오래갈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외부와 고립된 북한에도 변화의 계기가 찾아올 것으로 봤다.》

―미래 산업에 대해 얘기해 달라.

주요기사
“지금 나오는 신기술들이 앞으로 10만 개의 마이크로 산업을 일으킬 것이다. 일자리의 미래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인간 대 AI’ 형태가 아니다.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신발 산업을 보자. 매년 210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된다. 이 중 5%가량이 5년 안에 스마트 신발이 될 것이다. 발을 자주 움직여야 하는 오르간 연주자의 신발, 시각장애인에게 걷는 방향을 알려주는 신발 등 각자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요가 다양화되면 상당히 많은 니치 마켓과 마이크로 산업이 생긴다. 그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게 마련이다.”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오히려 늘린다는 얘긴가.


“그렇다. 그게 내가 사람들과 견해가 다른 지점이다. 나는 오히려 ‘슈퍼 고용(Super employment) 시대’가 오고 더 많은 일자리를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일자리를 자동화하는 게 아니라 일거리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인류가 담당하는 일이 새롭게 바뀔 뿐이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gigs)에 그칠 것이다. 고용 기간이 2개월 또는 이틀, 또는 2시간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영화를 제작할 때를 보면 작가와 배우, 분장사, 카메라맨을 한꺼번에 고용하고, 제작이 끝나면 해산하고 다시 모이기를 반복한다. 이런 일이 다른 산업군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어떤 산업이 유망한가.


“개인적으로 튜브형 교통수단(시속 10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초고속 육상교통 시스템)의 팬이다. 이 교통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인류는 총알처럼 움직일 것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게 된다.”

―지금부터 10년 뒤를 예상해 볼 수 있나.

“2030년이면 많은 테크 기업들은 우리에게 생소한 교육 전문 기업으로 바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지금의 구글이나 애플보다 더 클 것이다. AI 로봇 교사들이 등장해 인간 교사들을 대체한다. 지금의 교사들은 학생을 도와주는 코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누군가가 ‘암호만 풀면’ 로켓 발사처럼 순식간에 일어난다. 지금도 이런 기술 개발을 원하는 회사들이 나에게 계속 연락해 오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 기술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지상, 항공, 해상 교통이 다 마찬가지다. 우리가 10년 뒤에도 내연기관 차량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만 충전하면 1000마일(약 1600km)을 달리고 10분이면 다시 완전히 충전되는 전기차도 나온다. 이 모든 변화는 코앞에 와 있다.”

―팬데믹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비싼 위기를 겪고 있다. 어떻게든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미 각국이 돈 풀기를 하면서 미래에 상당한 부담을 얹고 가는 셈이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다. 일자리 변화도 크다. 사람들은 이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대도시의 비싼 집을 팔고 전원지대로 옮기면서 ‘탈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동안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할까.

“사람들은 접촉에 대한 포비아를 갖게 됐다. 서로에게 몸이 닿거나 가까이 가는 걸 두려워한다. 이런 분위기도 수년은 갈 것이다. 4, 5년 뒤에도 외출을 꺼리고 모든 걸 배달로 해결하는 은둔자를 보게 될 것이다. ”

―팬데믹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나.

“지금의 사태가 종식되면 다시 원 상태로 갈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 사태가 끝나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다시 적응해야 할 것이다. 예전과 같은 것도 많겠지만 다른 것도 많을 것이다. 이제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겠다는 사람은 놀랄 만큼 적다. 당분간 해외여행도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줌으로 화상 통화를 하면 멀리 가서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될 것이고 기업은 비용을 아낄 것이다.”

―20, 30년 뒤에도 정상을 되찾지 못할까.


“어차피 디지털 시대가 온 이상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뀔 것이다. 그래서 팬데믹이 끝나도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못한다. 평소 나는 사람들과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령 앞으로 20년 안에 지금의 TV 화면은 어떻게 바뀔까. 그대로일까, 아니면 그림처럼 벽에 붙은 월페이퍼 같을까, 또는 3차원일까, 홀로그램 같은 이미지일까, 아니면 상호 소통이 가능한 인터랙티브일까. 화면에 나오는 옷에 손을 대면 그 옷을 바로 살 수 있고, 영화 주인공 얼굴을 우리 가족으로 바꿀 수도 있고,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먼 미래의 일처럼 들린다.

“아직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게 2차원적으로 돼 있고 여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3차원적으로 구현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상·증강현실, 홀로그램 이벤트는 차츰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또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인구 구조의 변화도 상당히 빠르다. 앞으로는 앙골라 콩고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6개국에서 세계 증가 인구의 절반이 나올 것이다. 반면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있다. 어떤 나라는 인구가 줄고, 어떤 나라는 급격히 늘어난다. 국경의 개념도 허물어질 것이다. 드론과 에어택시로 매우 간단하고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팬데믹을 예방하는 기술도 나올까.

“육류 공급 시스템을 바꾸면 도움이 된다. 앞으로 자외선 살균을 하지 않은 고기는 팔지 못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기술도 큰 산업이 될 것이다. 고기뿐 아니라 혈액도, 모유도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게 된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피부를 코팅하는 기술, 주변에 누가 병에 걸렸는지 알려주는 특수 안경…. 이런 걸 상상한다.”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나.

“지금 우리의 교육 방식은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 현재 교육은 ‘만약을 대비한(just in case)’ 교육이다. 미래에 필요할지도 모르는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다. 미래의 교육은 ‘적시에 맞는(just in time)’ 교육이다. 학습이 필요할 때 그에 맞는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런 교육은 AI 교사들이 해준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 인구가 많아야 훨씬 더 좋은 경제를 만든다. 한국은 교육열도 높고 다른 건 전반적으로 매우 잘하고 있다. 이제 북한과 어떻게 통일을 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천년만년 저렇게 고립된 채 유지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국경의 장벽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물길이 흐르듯 외부의 소식이 북한 주민에게 흘러 들어가고 그게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런 변화는 10년이면 가능할까.

“10년이 안 걸릴 것이다. 그런 변화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물론 계기가 되는 사건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에는 변곡점이 있다.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이 현실화되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인간#al#일자리#슈퍼 공용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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