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부 건물 철거하며 말뚝은 왜 안뽑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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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박은 나무말뚝 9388개 “그냥 두는게 지반 안정화에 도움”
최근 공개된 정부기록물 통해 확인,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열람 가능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23일 공개로 전환한 조선총독부 청사 관련 기록물. 중앙홀 벽화 보존처리 관련 자문회의 자료에 실린 벽화 사진(왼쪽 사진)과 광복 50주년 기념 조선총독부 청사 첨탑 철거 행사 계획도.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23일 공개로 전환한 조선총독부 청사 관련 기록물. 중앙홀 벽화 보존처리 관련 자문회의 자료에 실린 벽화 사진(왼쪽 사진)과 광복 50주년 기념 조선총독부 청사 첨탑 철거 행사 계획도. 행정안전부 제공
일제강점기인 1926년부터 경복궁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는 1996년 해체됐다. 첨탑을 비롯해 모든 부분이 철거됐지만 건물 부지 지하에 박혀 있던 나무 말뚝은 뽑지 않았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과정은 정부가 비공개 상태였던 당시 기록물을 공개로 전환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 자료의 민감성을 이유로 비공개로 관리되던 정부 기록물 126만 건을 공개로 전환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국가기록원 기록물공개심의회는 비공개 기록물 251만 건을 심의한 뒤 126만 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물은 과거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기관 53곳이 생산한 문서들이다.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관련 기록물에는 과거 철거 준비 과정에서 자문한 내용과 철거공사 과정, 중앙 홀의 벽화 보존 처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구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지의 지하말뚝 처리 계획 보고’ 문서를 보면 말뚝 설치 현황과 처리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일제는 1916년 조선총독부 청사 건축 과정에서 지반 다지기 등을 이유로 백두산 낙엽송으로 만든 지름 24∼27cm의 말뚝 9388개를 사방 60∼75cm 간격으로 땅속 4.2∼12m에 박았다. 이 사실을 확인한 정부는 말뚝을 제거하기보다 놔두는 것이 지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말뚝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새로 공개된 자료 중에는 장애인 복지 지원대책 관련 기록물도 있다. 1991년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관련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검토한 내용들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자립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비공개됐던 자료가 이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뒤 재분류 작업을 거쳐 공개하기로 결정됐다”며 “문서 생산 당시에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비공개로 분류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가기록원은 2007년부터 비공개 기록물 약 8607만 건을 재분류해 5711만 건(66.4%)을 공개로 전환했다. 이번에 재분류 과정을 거쳐 공개된 자료의 목록은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의 ‘기록정보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열람은 정보공개청구를 하거나 온라인 사본청구, 방문 등을 통해 가능하다. 최재희 국가기록원장은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관심이 많은 기록물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공개를 추진해 기록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총독부#건물#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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