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안철수 입당땐 여론조사 문구 양보” 안철수 “단일후보 안돼도 합당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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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D―21]‘보선뒤 합당’ 팽팽한 신경전

다음 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6일 야권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서 각각 정장, 캐주얼 복장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캐주얼 복장으로 나오기로 합의했지만, 오 후보가
 지키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에 항의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다음 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6일 야권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서 각각 정장, 캐주얼 복장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캐주얼 복장으로 나오기로 합의했지만, 오 후보가 지키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에 항의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오늘이라도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나에게 불리한) ‘경쟁력’ 문구로 조사하는 걸로 양보하겠다.”(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최대한 양쪽 지지자들을 모두 합쳐 이겨야 한다. 보선 후 합당한다는 약속을 어기면 제가 앞으로 정치할 수 있겠나.”(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안 후보와 오 후보는 16일 오전 안 후보가 꺼내 든 ‘보선 후 국민의힘과의 합당 추진’ 카드를 놓고 오후 TV토론에서까지 종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19일로 합의했던 단일화 데드라인을 앞두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이거나 오 후보가 우세한 양상을 보이자 안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고 오 후보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이다.

○ “속이 보이는 전략” vs “지지층 분열 이간계”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뒤 국민의힘과 통합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보선 후엔 국민의당 당원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전격적인 합당 방침을 밝혔다. 안 후보는 ‘단일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합당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안 후보는 11일 “간접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지금 상황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며 ‘윤석열 카드’를 던졌고 14일엔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을 포함한 더 큰 2번을 만들겠다”고 하는 등 점차 발언의 수위를 높여 왔다. 윤 전 총장에게 모인 보수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다단계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의힘 측 인사들이 “안 후보가 윤 전 총장과 제3지대에서 야권 통합에 나서면 야권이 또 분열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것에 대해선 “지지층을 분열시키려는 이간계”라고 강하게 받아치며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 후보와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선거용 마케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오 후보는 TV토론에서 “합당 때 지분을 양당 의석 비율대로 100 대 3으로 맞출 수 있느냐”면서 “합당이란 게 조건을 맞추기도 힘든데, 지금이라도 입당한 뒤 추진하는 게 옳다”고 압박했고 안 후보는 “합당 때 지분을 요구할 생각 없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안 후보가 윤 전 총장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을 놓고도 오 후보는 “실패한 소개팅에 대해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싫어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내가 입당하라고 했을 땐 국민의힘 기호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며 안 한다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합당 얘기를 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에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급박하게 선언한 것도 속이 뻔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 이후 대선 국면에서 야권 통합은 당연히 예정된 수순”이라며 “이제 와서 통합 운운하며 합당을 언급한 건 국민의힘 지지층을 흔들겠다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맞섰다.

○ 19일 여론조사 단일화 무산 위기

두 후보가 합당 이슈를 놓고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는 가운데 실무협상단은 이날 밤늦게까지 단일화 룰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여론조사 문항의 내용과 유선전화 조사의 포함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고 17일 오전까지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양측이 17, 18일 이틀간의 여론조사 실시 기간을 감안해 설정한 ‘16일 데드라인’을 일단 넘겼기 때문에 극적인 타결을 이루지 못할 경우 19일로 예정됐던 야권 단일후보 확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 후보는 이날 TV토론이 끝난 뒤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 측도 “17일 오전까지 합의하면 이틀간의 여론조사를 거쳐 19일 결과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윤다빈 기자
#오세훈#안철수#단일후보#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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