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사건 현장에 남은 지문과 혈흔에도 ‘수학의 원리’가 숨어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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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손가락 사용 패턴 세분화
핏자국의 크기와 방향 측정해
범행이 일어난 위치 알아내요

수학은 사건 현장을 분석하고 용의자의 심리를 파헤치는 범죄 과학수사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예컨대 혈흔 분석의 경우 수학적
 계산을 통해 피가 날아온 방향과 높이를 구함으로써 사건을 재구성하고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유추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수학은 사건 현장을 분석하고 용의자의 심리를 파헤치는 범죄 과학수사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예컨대 혈흔 분석의 경우 수학적 계산을 통해 피가 날아온 방향과 높이를 구함으로써 사건을 재구성하고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유추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뉴스에서 흉흉한 사건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혹시 ‘과학수사’라는 단어를 함께 들어본 적 있나요? 범죄 현장의 증거들을 분석해 사건의 인과관계와 범인을 가려내는 것인데요. 용의자의 심리를 파헤치는 프로파일링에도 수학적 사고와 기법이 기본이 된답니다. 흥미진진한 범죄와 수학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볼까요.

○지문과 혈흔 분석에 숨은 수학

과학수사는 범죄 현장에서 진실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실제로 보지 못했어도 지나간 시간의 일들을 재구성해 범행의 과정과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죠. 그래서 수사관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 증거를 찾으려 합니다. 여러분이 드라마 등에서 많이 접해 잘 알고 있을 대표적 방법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이나 피해자의 지문·혈흔을 조사해 혈액 성분과 유전자(DNA)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때 수학은 큰 힘을 발휘하죠.

지문 감식은 수사기관이 기존에 확보한 다양한 지문 데이터베이스(DB)와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의 비교 작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단순하게 무작위로 모든 지문 자료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고 지문의 형태를 세분화하고 그 모양을 수학적으로 처리해 분석하죠.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 지문의 모양과 손가락 10개의 순서에 따라 패턴을 세분화하고 여기에 각각의 수를 부여해, 계산을 거쳐 분류값을 정해주면 같은 분류체계 안에 있는 지문 자료에서만 비교합니다. 분석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핏자국이 있는 범죄 현장에서는 혈흔을 분석합니다. 현장에서 바로 몇 가지 도형과 수학적 개념을 확인해 계산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피의 형태 정보를 입력하면 처음 피가 난 지점인 발혈 부위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이용합니다.

혈흔을 분석할 때는 피가 더 많이 있는 곳을 우선순위로 잡고 혈흔의 크기와 충돌 각도 등을 하나하나 측정해 계산합니다. 핏자국은 큰 방울부터 작은 방울까지 수백, 수천 개의 모양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전부 분석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먼저 모양과 방향을 기준으로 혈흔을 살펴보는데 원보다는 타원에 가까울수록 정보를 얻기 좋은 혈흔입니다. 방향과 각도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원에 가까운 혈흔은 방향성이 뚜렷한데 이 혈흔들의 장축을 여러 개 연결하면 만나는 점이 생기고 이 점의 수직방향 어딘가에 피가 발생한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충돌각도는 각이 90도보다 작은 예각일수록 타원이 되고, 직각에 가까울수록 원이 되기 때문에 날아오는 핏방울의 단면 지름과 혈흔의 타원형 장축 길이를 비율로 계산해 답을 얻게 됩니다. 중학교 때 배우는 직각삼각형의 빗변에 대한 높이의 비가 사인(sin) 값인 것을 이용하면 역으로 사건이 난 방향에 대한 계산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지리적 프로파일링도 가능

프로파일링은 어떤 개인의 심리적, 행동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입니다. 범죄 프로파일링은 크게 심리적 프로파일링과 지리적 프로파일링으로 나뉘죠. 이 가운데 지리적 프로파일링은 흔히 연쇄 범죄자를 검거할 때 사용하는 수법입니다. 범행이 일어난 위치 정보를 조합해 범인의 거점을 찾는 것이죠.

이때 필요한 수학은 기하학과 확률입니다. 범죄 발생 빈도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줄어들고, 신분 노출 위험이 있는 본거지와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서는 오히려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범죄학 이론을 반영해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것이죠. 이른바 ‘거리감퇴 함숫값’과 ‘버퍼존 반영 함숫값’이라는 값을 정하고, 범죄의 유형이나 범죄의 데이터를 근거로 상수를 넣어 어떤 사각형(지역)에 범인의 본거지가 있을 확률을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모든 방법은 문제 해결을 위해 ‘거꾸로’ 생각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른바 ‘역문제(inverse problem)’라는 것이죠. 결과를 통해 원래 정보의 값을 구해 나가는 것입니다. 의료나 범죄 등 우리 생활 속 다양한 분야의 실제 상황에서는 매우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원하는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최근에는 데이터 수집 기법이 발달하고 수학과 컴퓨터가 발전하며 복잡한 문제도 답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같은 역문제 연구는 그 자체가 수학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는 추세입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범죄 수학을 연구해 보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사건현장#지문#혈흔#수학의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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