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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다가오는 ‘스말로그 교육’… 온라인 학습방 확충이 과제[인사이드&인사이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전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입력 2021-03-15 03:00업데이트 2021-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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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전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지난해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원격수업 ‘실험’을 통해 우리 교육계는 큰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원격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깨닫게 됐다. 우리는 지난해 원격교육의 기반을 마련하고 그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학습 결손과 학력 격차 등 적지 않은 과제도 떠안게 됐다. 앞으로 비대면과 대면이 섞인 ‘혼합수업(hybrid instruction)’이 미래교육의 대세가 될 것으로 이야기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초·중등 교육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나 이광형 KAIST 총장 등은 가르침의 특성과 초·중등 학습자의 특성, ‘에듀테크’ 기술의 현주소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대면교육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면수업을 하더라도 온라인 디지털 기기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수업의 형태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원격수업의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대면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원격수업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 원격학습 약자 배려와 소통 강화


원격수업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 중 하나가 원격학습 약자 문제다. 원격수업을 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 학생, 혼자 원격수업을 듣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 부족 학생 등이 원격학습 약자에 해당한다. 코로나19 기간에 중위권이 사라지고 학습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이 기간 원격학습 약자들의 학습 부진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가 부족한 중하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수업이 성공하려면 먼저 이들의 자기 관리 역량을 길러주고, 학습 동기를 북돋우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알프레드 아들러가 ‘삶의 틀’이라 명명한, 학습 기초가 되는 토대를 기르는 것이 대면수업 성공의 필요조건 중 하나다.

가르침, 특히 원격수업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만남과 소통이다. 원격수업의 소통과 관련해서는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에 큰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자신의 관점이나 가정에 부합하는 것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는 ‘선별적 인식’ 혹은 ‘선별적 회상’의 결과다. 인간 뇌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면서 교사는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고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원격수업의 효과가 올라간다. 교사들은 학생과의 소통 이상으로 학부모들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시도해야 한다.

○ ‘교사 콘텐츠’ 저작권료 지급 검토해야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교사, 학생, 학부모 7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원격수업이 나아갈 방향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교사 제작 콘텐츠 활용 등으로 요약된다.

원격수업이 이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원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설문에 따르면 교사들이 원하는 지원은 행정업무 경감(23.3%), 교수학습 콘텐츠 제공 및 공유 활성화(12.5%), 기자재 및 학교 내 인프라 제공 확대(12.1%) 등이다. 교사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공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교사가 올린 콘텐츠의 사용 횟수와 시간을 계산하여 교사들에게 소정의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원격수업 상황에서 학교는 학습 효율성뿐만 아니라 전인교육 강화,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급식시스템 구축, 학교 부적응 및 이탈 학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또 학생만이 아니라 교직원의 스트레스 및 건강관리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이라는 수레는 학교(교사),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이끄는 삼두마차다. 원격수업도 교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와 함께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하고, 필요한 지원을 총괄하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원격수업 상황에서 부모들이 자녀 교육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교사가 부모 교육자의 역할도 함께해야 한다. 방치되는 학생이 없도록 학교, 지역사회, 교육청과 함께 학생을 돌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역할도 학교가 맡아야 한다.

여기에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까지 함께 나서 미래 시민인 학생들의 학습과 기본 생활습관 형성을 도와야 한다.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학습 및 생활지도 방문 도우미 제도 활성화, 원격학습 약자들의 학습 도우미를 할 수 있도록 부모의 아침과 오후 근로시간 단축 허용, 이에 따른 개인사업자 손실 보전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 지역아동센터나 공공도서관을 활용해 소규모 온라인 학습방을 다수 설치하고, 이곳을 찾기 어려운 원격학습 약자에게는 교육 ‘바우처’를 지급해 인근 학원 교사의 도움이라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스말로그’ 교육을 향하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학교는 빠른 속도로 다시 대면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인간의 특성과 교육의 특성, 에듀테크의 현주소 등에 맞춰 교육의 모습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미래는 ‘스말로그(스마트+아날로그) 교육’이다. 전통적인 아날로그식 교육과 첨단 에듀테크를 화학적으로 융합한 교육이다. 학교와 교사가 교육을 주도하지만 지역사회라는 공간과 학부모를 포함한 사회 모든 구성원이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

스말로그 교실에서 교사는 고급 콘텐츠 활용, 타 지역 교사 및 학생들과의 공동 수업, 각 분야 인사 온라인 초청 수업 등을 할 수 있다. 방과 후에 학생들은 현실 세계로 나아가 삶과 미래 직업에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지역 내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이 학습의 장이 되고, 지역의 성인들은 교사와의 연계 속에서 학생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스말로그 교육이 지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아날로그식 교육과 첨단 에듀테크 활용 교육이 융합된 새로운 차원의 교육을 받으며, 자기 주도적인 시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전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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