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블록체인 기술로 유일성 부여… 디지털 작품 시장 열린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입력 2021-03-22 03:00수정 2021-03-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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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작품 위상 변화 시킨 NFT
18일 한국 최초의 NFT 경매로 낙찰된 마리킴의 디지털 그래픽 ‘Missing and found‘. 피카프로젝트 제공
이건혁 산업1부 기자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에도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유명 작가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린 그림이 있다고 치자. 완성된 그림 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순간 수많은 이용자들이 이를 퍼가면서 복사본이 순식간에 엄청난 숫자로 늘어나게 된다. 작가가 원본 파일의 가치를 주장해도 원본과 동일한 복사본이 무한정 증식될 수 있다 보니 값어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데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작품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붓과 물감으로 그림으로써 확보할 수 있는 작품의 고유성, 유일성을 디지털 작품에서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새로 열리고 있다.》

○ 데이터 소유권 보증하는 NFT


15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NFT로 팔겠다고 올렸다가 하루 만에 철회한 2분 20초짜리 동영상.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쳐
NFT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을 함께 알아야 한다. 먼저 네트워크를 이용해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생성 및 보관하는 토큰이 있다.

비트코인은 대체 가능한 토큰의 대표적 예다. 비트코인 1개를 다른 비트코인 1개로 바꿔도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100달러짜리 지폐를 다른 100달러짜리 지폐와 바꿀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유일무이한 지문에 비유되며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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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디지털 작품에 유일성을 부여하는 인증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작가는 컴퓨터 등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NFT를 활용해 자신의 작품에 ‘이것이 원본이다’는 내용의 디지털 값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를 NFT 거래소에 등록하면 작품이 생성된 시간, 소유자, 거래 내용이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된다.

물론 디지털 작품은 여전히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복사된 이미지는 원본과 구별이 안 된다. 그러나 NFT 덕분에 작품의 소유자는 원본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NFT 보유자는 소유권을 팔거나 지분을 쪼개 매각할 수 있다. NFT를 디지털 작품에 직접 적용할 수도 있지만, 토큰 발행 비용이 비싸지는 문제 때문에 통상 원본이 있는 위치 정보만 담아 둔다.

○ 게임 등으로도 번져


NFT가 활발히 적용되는 분야는 예술이다. 지난달 말 미국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비플’이라는 예명을 쓰는 미국 디지털 작가 마이크 윙클먼의 ‘매일: 최초의 5000일’이라는 작품의 NFT에 대해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다. 세계적 미술품 경매에 처음 등장한 NFT로, 11개국의 입찰자가 2주간 경쟁을 벌인 끝에 11일(현지 시간) 6934만6250달러(약 784억 원)에 낙찰됐다. 비플은 “예술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걸 목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인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는 3일 디지털 그림 10점에 대한 NFT를 경매에 부쳐 580만 달러(약 66억 원)를 벌어들였다.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데이미언 허스트도 13일 “NFT 시장에 참가한다”고 선언했다. 암호화폐 기반 미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아트에 따르면 3월 초까지 세계 시장에서 거래된 NFT 작품 수는 10만 점 이상, 누적 거래액은 1억9740만 달러(약 2230억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18일 처음으로 NFT 미술품 경매가 이뤄졌다. 미술품 서비스 업체 피카프로젝트는 “마리킴 작가의 디지털 그래픽 작품 ‘Missing and Found’ NFT가 288이더리움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당일 이더리움 시세로 약 6억 원이다. 업체 측은 “지난해 오프라인 개인전을 통해 판매된 같은 작가의 실물 작품 거래가(1억5000만 원)의 4배 가격”이라고 했다. 대형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도 이달 초 “미술시장 영역 확대를 위해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를 통해 디지털 자산 거래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NFT가 적용되는 대상은 트위터 메시지, 취미, 게임 등 다양하다. 트위터를 창업한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6일 자신이 작성한 첫 번째 트윗의 NFT를 경매에 내놨다. 최고 입찰가로 250만 달러가 제시됐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의 디지털 카드를 거래하는 ‘NBA 톱 샷’도 NFT를 적용한 영상을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최근 현역 최고의 농구 선수로 꼽히는 르브론 제임스의 10초짜리 영상이 20만8000달러(약 2억3500만 원)에 거래됐다. 게임 분야에서는 육성된 고양이에 NFT를 부여해 분양하는 미국 게임사 대퍼랩스의 ‘크립토키티’가 NFT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와 결합돼 게임에서 생성된 콘텐츠의 자산화가 시도되고 있다.

○ 버블 위험 경고음도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NFT의 등장으로 디지털 산업의 속성이 바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본과 동일하게 무한정 복사될 수 있다는 데이터의 속성이 NFT로 인해 변화하면서 고유성이 부여된 데이터를 이용한 수익 모델이 활발하게 연구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는 데이터의 소유권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었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에 종속됐다면, 앞으로 NFT를 통해 개인의 데이터 소유와 처분 권리가 강화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NFT의 가치가 과장됐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NFT를 보유한다고 해서 작품 이미지의 복제를 제한하거나 복사본을 일괄 삭제할 수도 없는데 일종의 보증서 격인 NFT만 매매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15일 트위터에 “당신의 허영을 위한 NFT”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2분 20초짜리 동영상을 판다고 올렸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는데, 이를 두고 머스크마저 NFT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 시장에서는 NFT 작품 거래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가격에 거품이 일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NFT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가명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까닭에 사기꾼들에게 한탕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는 “비플의 NFT 작품을 구매한 바이어는 ‘메타코반’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암호화폐 기업가”라며 “최근의 디지털 아트 열풍은 예술 혁명의 신호라기보다는 투기성 높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골드러시로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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