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원수] 2011번째 ‘서울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

정원수 사회부장 입력 2021-03-08 03:00수정 2021-03-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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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이후 최단명 시장 현안 산더미
효율성 높이되 ‘백년 미래’도 준비해야
정원수 사회부장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이 아니라 혹시 조선시대 천도 이래 최장수 아니냐.”

2018년 6월 서울시장 3선에 처음 도전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맞다. 안 그래도 내가 조선시대부터 조사를 해봤다. (지금의 서울시장인) 한성 부·판윤이 그때는 당쟁의 자리였더라. 하루에 두 명이 동시에 재직한 적도 있었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조선왕조실록 등을 근거로 집필한 ‘서울 600년사’에 따르면 1395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시대의 한성 부·판윤은 모두 1952명이었다. 당시에도 한성 부·판윤은 현재의 장관급인 6조 판서와 비슷한 대우를 받을 정도로 직책이 높았다. 하지만 약 3개월에 한 명꼴, 1년에 네 명씩 수도 서울의 책임자가 바뀌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에는 임기가 좀 더 길어졌다. 광복 이후 76년 동안 서울시장은 38명(연임 포함)이었다. 평균 2년에 한 명꼴로 수도 서울의 책임자가 교체된 것이다. 박 전 시장이 천도 이래 2010번째 서울의 책임자였고, 다음 달 7일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서울시장은 2011번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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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임기의 서울시장을 시민들이 직접 뽑는 1995년 민선 서울시장 체제 이후에는 서울시장의 근무 기간이 다시 배로 늘었다. 그중에서 보궐선거 당선으로 첫 서울시장 임기를 시작한 박 전 시장은 3선에 성공했지만 성추행 의혹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해 8년 8개월 재직하면서 역대 최장수가 됐다. 관선과 민선을 한 차례씩 지내 약 6년 동안 재직한 고건 전 시장이 그다음이다. 다른 광역단체장만 하더라도 3선 한도를 채워 12년 근무한 전임자까지 있는데, 재선만 하더라도 가능한 8년을 근무한 서울시장은 역사상 단 1명뿐이다.

사실 수도 서울의 시정을 제대로 펼치려면 8년도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다. 백년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그동안의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을 위한 시장보다 ‘시장을 위한 자리’였다고도 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 출마 등 다음 행보를 위한 자리에 더 무게가 실렸다.

역대 최장수인 박 전 시장의 후임은 다시 보궐선거로 뽑게 됐고, 차기 서울시장은 민선 서울시장 체제 이후 최단명(最短命) 서울시장이 된다. 당선이 확정된 날부터 임기를 시작하지만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전임자의 잔여 임기인 1년 2개월만 근무하게 된다. 차기 서울시장의 역할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

지난해 서울시는 32년 만에 내외국인을 합쳐 1000만 명 이하로 인구가 줄어들었다. 어느 때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미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서울시장이 해결할 현안으로 부동산 안정화,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 강남북 간 격차 해소 등이 꼽힌다. 하나같이 복합적이고 장기간 누적된 현안이어서 1년 2개월 안에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차기 서울시장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실험하기보다는 정책 하나하나에 대한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과 서울시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글로벌 도시 서울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장기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 ‘장수(長壽) 시장의 시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천년 서울을 준비하는 것이 서울 시민을 위한 길이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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