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충무공 정충신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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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1∼5권)/이계홍 지음/308∼348쪽·각 권 1만1700원·범우사

우리 역사에는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 적지 않다. 충무공 금남군 정충신(忠武公 錦南君 鄭忠信·1576∼1636)이 그렇다. 충무는 죽은 뒤 내려진 시호(諡號), 금남은 임금이 큰 공을 세웠다며 준 봉호(封號)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깃든 광주 금남로는 그의 봉호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과 같은 시호를 쓰는 인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깃발’은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 직전까지 무장으로 살아간 정충신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 역사소설이다. 전라도 광주목사 권율(1537∼1599)은 전북 완주군 일대의 이치와 웅치에서 왜군을 대파한 뒤 평안도 의주에 있는 선조에게 승전보를 알릴 전령을 찾던 참이었다. 모두 생사를 기약하기 어려운 임무를 외면했지만 16세 소년이 나섰다. 그러자 권율은 “100리, 200리 길도 아니고 자그마치 2500리 길이나 되는데?”라고 묻는다. 체구는 작지만 차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이 소년이 정충신이다.

그가 무인으로 살아낸 60년은 외침뿐 아니라 이괄의 난, 인조반정 등으로 내정이 뿌리까지 흔들린 난세였다. 소설은 뛰어난 무인이자 명청(明淸) 교체기에 어울리는 국제 감각을 지닌 정충신을 중심으로 역사와 민중의 삶을 그렸다.

200자 기준 7000장 분량의 원고가 5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언론인 출신으로 중편소설집 ‘비껴앉은 남자’, 소설집 ‘밑천’ ‘서울 노마드’, 장편 ‘초록빛 바다’ 등을 집필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충무고#정충신#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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