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설’ 맞는 자가격리자들 “삶의 쉼표, 힐링과 성찰 기회로”

전남혁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1-02-11 03:00수정 2021-02-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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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첫 ‘5인 이상 집합금지’
최근 입국-밀접접촉자 ‘특별한 설’… “영상통화로 가족들과 정 나누고
차분히 휴식 시간 보내며 재충전… 안전 최우선, 격리 끝나고 만날것”
전문가들 “방역준수 자부심 갖고 취미활동하면 긍정적 시간 될것”
4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클래식 음악가 정유식 씨가 집에서 작곡을 하고 있다. 정 씨는 “작곡과 영상 편집을 하며 설을 보내려 한다”고 했다(왼쪽 사진). 최근 중국에서 귀국한 김지수 씨는 ‘가족에게 안부전화 드리기’ 등 직접 세운 자가격리 계획에 따라 설을 보낼 예정이다. 독자 제공
“8년차 주부로, 워킹맘으로,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으로 쉼 없는 인생을 살았어요. 설날 연휴에 자가격리되면서 오히려 소중한 자아성찰의 시간을 얻게 됐어요.”

제주 음식 연구가인 김진경 씨(39)는 미국에 있는 여동생의 산후조리를 돕고 지난달 31일 입국했다. 입국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설 명절이 끝나는 14일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번 설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로 인해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모여 정을 나누지 못하게 됐다. 특히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거나 최근 외국에서 입국한 자가격리 대상자들은 ‘나홀로 설’ 보내기 준비에 한창이다.

김 씨는 제주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구해 생활하고 있다. 그는 “가족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을 설계하며 매일을 보낸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가격리 생활을 올리면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또래들은 ‘부럽다’고 댓글을 단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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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영상 통화로 달랜다. 김 씨는 “제가 요리 연구가인데 여덟 살, 세 살 아이들에게 명절 음식을 차려주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 자가격리가 끝나면 가족들과 만나겠다”고 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사는 직장인 임모 씨(47·여)는 TV와 컴퓨터도 없는 방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직장 동료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덜컥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

임 씨는 “뜨개질로 수세미를 만들고 색칠공부 도안에 색칠을 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며 “설 명절마다 바빴는데, 차분히 힐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임 씨의 고민은 딱 하나, 바로 설 인사다. 임 씨는 “어머니에게 설 인사를 해야 하는데, 눈앞에서 절을 올릴 수 없으니 방 밖으로 크게 소리 내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해외에 머물다 설을 맞아 입국한 사람들은 특히 아쉬움이 크다. 지난해 8월부터 덴마크로 유학을 떠났다가 1일 귀국한 정재호 씨(26)는 “유학 생활하면서 가족과 친지의 얼굴이 가장 그리웠다”며 “할머니댁에 20명이 넘는 대가족이 모여 함께 차례음식을 먹었는데, 이를 못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직장에 다니다 최근 귀국한 김지수 씨(33·여)도 “새로 태어난 조카를 한번 안아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그래도 설 명절은 내년에도 오니까 일부러 설에 큰 의미를 안 두려고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홀로 또는 직계가족만 단출하게 보내는 명절이 오히려 긍정적인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인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향에 가지 않고 방역수칙을 지키는 일이 성숙한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란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평소 하지 못하고 미뤄뒀던 일이나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기분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혁 forward20@donga.com·박종민 기자
#나홀로 설#자가격리자들#삶의 쉼표#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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