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 명절 거리 두기’ 新예법 뿌리내리는 계기 되도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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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어제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44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175명이 늘어 코로나 재확산 위험이 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설 연휴가 이번 3차 유행이 끝날 수도 있고,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는 중대한 갈림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5명 이상 집합금지 조치 위반 사례가 나오고 있다. 어제 제주도에서 나온 확진자는 기침과 두통 증상이 있어 서울에서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았는데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제주로 여행 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주소지가 다른 직계가족 등 일행 5명과 함께 입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래서는 4차 대유행을 피할 길이 없다.

4인 가족에게 5명 이상 집합금지는 사실상 이번 설 명절엔 각자의 집에서 지내라는 뜻이다. 가족모임 제한은 없던 지난해 추석 때보다 전파경로 추적이 힘든 지역사회 감염과 무증상 감염이 많아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지만, 이번 거리 두기를 그동안 명절 때마다 반복돼 왔던 갈등의 요인들을 뿌리 뽑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양가 방문 순서를 놓고 다툴 일도 없고 여럿이 모이지 않으니 푸짐한 차례상은 낭비다. 전통예법을 따라도 차례상은 떡국과 고기반찬 하나, 후식 과일이면 충분하다.

‘언택트 명절’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명절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주고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예절을 정착시켜야 한다. 명절 때 여성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올바른 성 평등 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기를 기대할 수 없다. 취업이 어렵고 결혼해도 집 장만이 막막한 청년들에게는 덕담도 거리를 두어 조심해서 건네야 한다.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도록 휴대전화 동영상 기능을 활용해 세배와 안부 인사를 드리는 방법도 있다. 이번 설 명절은 시대 상황에 맞춰 사회 전체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명절이 돼야 한다.
#설날#연휴#코로나19#설 명절 거리두기#사회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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