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외교관 맞추방… 나발니發 외교 긴장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독일-스웨덴-폴란드의 주러 외교관… 러, 석방 시위 참석 이유로 내쫓아
3개국, 자국내 러 외교관 보복 추방… 러 “내정간섭의 연장” 즉각 반발
EU, 22일 27개국 외교장관 회의… 러시아 제재 방안 논의 가능성

독일과 스웨덴, 폴란드가 러시아의 외교관 추방에 맞서 8일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에 이 세 나라 외교관이 1명씩 참여했다고 주장하며 사흘 전 이들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린 것에 보복한 것이다.

독일 외교부가 8일 주베를린 러시아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 통보를 받으면 파견국은 해당 외교관을 자국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통보국은 국제 관습법에 따라 외교관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독일 외교부는 “러시아가 (5일) 주모스크바 독일대사관 직원을 포함한 유럽연합(EU) 국가 외교관을 추방한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스웨덴 외교장관도 자국 외교관을 러시아가 추방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러시아대사관 소속 직원 1명에게 스웨덴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를 러시아대사에게 통보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이날 밝혔다. 폴란드 외교부 역시 같은 이유로 서부 도시 포즈난의 러시아영사관 직원 1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8일 국영TV에 출연해 “독일과 폴란드, 스웨덴의 이번 결정은 근거가 없고 비우호적인 것이며, 러시아에 대한 내정간섭의 연장”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3국 외교관들이 지난달 23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나발니 석방 촉구 불법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등은 외교관들이 ‘관찰자’로서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나발니 투옥과 관련해 EU가 러시아를 제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22일 열리는 EU 27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DW는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보렐 대표가 4∼6일 러시아를 방문해 상호 관계 개선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던 중에 독일 등 세 나라 외교관에게 전격 추방을 명령했다. 보렐 대표는 당시 블로그를 통해 “러시아가 스스로를 유럽으로부터 단절시키고 민주적 가치를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교관 추방 사건으로 독일 등 3국이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러시아와 독일 간 최대 경제 현안 중 하나인 ‘노드 스트림-2’ 가스관 사업 관련 입장 차이 때문이다. 노드 스트림-2는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기존 ‘노드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2배로 늘리는 사업으로 건설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는 이 가스관이 개통되면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아져 러시아 입김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나발니 투옥과 노드 스트림-2 가스관 연결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u#러시아#외교관#맞추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