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선 신경전’ 코트선 옛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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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 없어진 호주오픈 테니스
‘호크아이 시스템’ 카메라로 추적…곧바로 ‘로봇 심판’에 판정 맡겨
유럽 배구도 인-아웃은 기계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멜버른 파크의 센터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 전경이 1년 만에 사뭇 달라졌다. 선심이 판정을 내리던 지난해 대회(왼쪽 사진)와 달리 올해는 선심이 사라지고 그 대신 전자 판정 시스템이 도입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하루 평균 관중도 2만5000∼3만 명 수준으로 제한한다. 멜버른=신화 뉴시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멜버른 파크의 센터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 전경이 1년 만에 사뭇 달라졌다. 선심이 판정을 내리던 지난해 대회(왼쪽 사진)와 달리 올해는 선심이 사라지고 그 대신 전자 판정 시스템이 도입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하루 평균 관중도 2만5000∼3만 명 수준으로 제한한다. 멜버른=신화 뉴시스
“선심이 별도로 있을 필요가 없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제레미 샤르디를 꺾은 뒤 이렇게 말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US오픈 16강전에서 신경질적으로 쳐 보낸 공이 선심의 목에 맞는 바람에 실격패한 적이 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도 경기 도중 실수로 선심을 공으로 맞혔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이번 호주오픈에서는 선심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공이 인(in)인지 아웃인지를 놓고 선수와 심판이 논쟁을 벌이거나, 선심을 노려보거나,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 아니 볼 수 없다.

지난해까지 호주오픈 경기가 열리는 코트에는 네트 부근에 자리를 잡은 주심, 라인마다 배치된 4명의 선심, 볼 키즈와 안전요원 등 20명 넘는 관계자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주심 한 명에 절반으로 줄어든 볼 키즈, 안전요원 등 10명도 안 되는 사람만 볼 수 있다.

기계가 선심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코트 위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에서다. 호크아이 시스템을 통해 코트에 설치된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판단해 실시간으로 판정을 내리며 미리 녹음된 사람의 목소리로 ‘아웃’ 또는 ‘폴트’ 등을 말한다. 원래 공이 코트 위에 자국을 남기는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메이저 테니스 대회 때는 선수가 선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를 보고 선심이 인 또는 아웃 판정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곧바로 ‘컴퓨터 심판’에게 판정을 맡긴다. 조코비치는 “솔직히 이런 기술이 있는데 선심이 별도로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서브 차례 때 공을 전달하는) 볼 키즈는 몰라도 라인에서 인·아웃 판정을 내리는 건 기계가 낫다”고 말했다.

테니스뿐만이 아니다. 거의 비슷한 판정 내용이 반복되는 배구는 물론 배드민턴, 축구, 크리켓 같은 종목 역시 국제 대회 때는 호크아이 시스템을 활용해 인·아웃 판정을 내린다. 국내 배구에서는 주·부심과 선심 4명을 포함해 심판 6명이 볼 인·아웃을 판정하지만 이탈리아 같은 유럽 리그에서는 인·아웃 판정이 ‘로봇 심판’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로봇 심판에 대해 여전히 “심판 판정 역시 경기의 일부”라며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 최고령 선수인 비너스 윌리엄스(41·미국)는 “선심들 역시 비교적 정확하게 본다고 생각한다”며 테니스 코트의 전통이 사라져가는 흐름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대회에서 쓰이는 판정 콜은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서 대응하는 요원들과 소방관, 파도타기 인명 구조원 등의 목소리를 담아 사전 제작됐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호주오픈 테니스#로봇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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