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백기’ ‘홍두사미’ 소리 듣는 홍남기… 이런 부총리 있었나

동아일보 입력 2021-01-27 00:00수정 2021-01-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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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올해 첫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갖고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논의했다. 정 총리는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단서를 달아 손실보상 제도화를 지시했고, 홍 부총리는 이견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홍 부총리가 백기를 든 모양새다.

정 총리는 최근 기획재정부 차관이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개혁 저항세력으로 몰아세웠고, 홍 부총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 바 있다.

홍 부총리가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재난지원금, 4차 추경 등 재정건전성과 관련된 사안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가, 반발이 나오면 번번이 두 손을 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놓고 여당과 충돌한 끝에 사의를 표명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잦다 보니 항복을 뜻하는 백기와 용두사미에 빗댄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홍 부총리만 탓할 순 없다. 공무원이 주어진 자리에서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나 발언을 ‘개혁저항’이라는 딱지를 붙여 압박하는 여권의 행태도 도를 넘었다. 하지만 경제부총리는 때로는 자리를 걸고 소신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자칫 정치권이 함몰되기 쉬운 당파적 이익과 국익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국익 관점에서 나라곳간을 관리하는 것이 경제부총리의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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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곳간지기의 역할은 국민께서 요청하신 준엄한 의무, 소명”이라고 썼다. 4월 1일이면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 될 홍 부총리는 자신의 소명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한다. 마땅히 해야 할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자리만 오래 지킨 경제부총리로 기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홍백기#홍두사미#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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