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원천으로 ‘인문학’ 주목
“과학은 예측 가능한 현실 탐구, 인문학은 환상의 세계까지 다뤄
두 가지 융합할 때 창의력 확장”

중세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는 ‘예부터 계신 이’(1794년)에서 신 유리젠을 인류에게 한 가지 사고방식을 강요하기 위해 과학을 창안한 악한 존재로 표현했다. 그러나 저자는 “과학은 우리가 어디로든 선택한 곳으로 가고자 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인문학은 과학이 무엇을 만들어 내든 그것을 갖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준다”고 말한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미 하버드대 교수이자 퓰리처상을 2번이나 받은 저자는 창의성은 어디서 오고,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를 파헤친다. 이를 통해 아직도 미지의 세계에 남아 있는 창의력을 확장하자는 것이다. “바야흐로 제3차 계몽시대를 열고 있다”는 추천사처럼 저자는 창의성이 인간을 계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역설한다.
저자가 창의성의 뿌리로 주목하는 건 ‘인문학’이다. 인문학처럼 무엇인가를 해석하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에서 해방시켜 인간으로 만드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숭이는 한 개체가 고구마를 물에 씻는 모습을 본 뒤 그대로 따라하지만 인간은 언어로 이를 전달한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문장은 자연현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이른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고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신경생물학 등 ‘빅 파이브(Big Five)’를 “인문학의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빅 파이브가 “자연 선택이 구석구석까지 프로그래밍해” 온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밝혀 준다는 것. 인문학의 토대인 인간 본성과 인간 조건을 해명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주장은 과학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과학 제국주의’로 경도되지는 않는다. 과학적 사실을 판단하는 역할을 인문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인문학의 토대가 된다면, 인문학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며 “과학 이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현실 세계를 다루지만, 인문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한히 많은 모든 환상 세계까지 다룬다”고 한다.
인문학과 과학이 융합되면 창의성이 이상적으로 발휘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과학의 발달로 우주 탐사가 이뤄지자 각종 SF 소설과 우주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예술작품을 받아 영감을 받은 이들이 다시 과학자가 돼 우주를 연구한다. 예술작품이 내놓은 가설을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계몽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는 철저히 호혜적”이라며 “과학이 인문학의 토대가 된다면 인문학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고 역설한다. 과학이 죽어가는 인문학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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