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여론 어떻게 가느냐가 관건”… 與, 14일 朴선고까지 속도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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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론 파장]당내 반발에 ‘사면논의’ 일단 봉합

與 “MB-朴 사면, 당사자 반성이 중요”


이낙연의 사면론, 여권내 반발 일자
이틀만에 긴급최고위 “당원뜻 존중”
李대표 측 “사면건의 후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긴급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와 관련해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꺼내 든 사면론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이틀 만에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긴급 간담회 뒤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최고위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의원, 당원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국민이 분열되어야 하느냐”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사면 논의를 꺼낸 가장 큰 이유인 통합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다”며 “다만 사면 논의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최고위원들은 당분간 사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직후 “반목과 대결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서 국민 통합을 이루는 쪽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사면 건의에서 후퇴하는 게 아니다”라며 “당내 혼란을 수습하자는 것이 오늘의 주안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지를 두고 “당원과 국민의 뜻을 경청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결론을 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리는 이달 중순까지 여론의 향방을 보겠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이 온전히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라며 “반발 여론을 수습하지 못하거나, 청와대가 사면에 부정적으로 돌아서면 이 대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까지 남은 열흘가량이 이 대표 대선 가도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당사자들 반성’ 요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면을 두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박대출 의원은 “이제 와서 전직 대통령들에게 공을 떠넘긴 것은 정말 비겁하고 잔인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이은택 기자

▼“사면여론 어떻게 가느냐가 관건”… 與, 14일 朴선고까지 속도조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가 3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마친 뒤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가 3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마친 뒤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목과 대결의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3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위한 사면 건의를 접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러나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결론에 야권은 “공개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냐”며 들끓었다. 새해 벽두를 강타한 사면 정국의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이낙연 “통합은 정부 여당의 과제”

사면 건의를 둘러싼 당내 여론이 심상치 않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다. 간담회에는 김태년 원내대표와 양향자 신동근 노웅래 염태영 최고위원, 박광온 사무총장, 오영훈 당 대표 비서실장, 김영배 당 대표 정무실장 등 핵심 당직자들이 총출동했다.

간담회에선 “두 전직 대통령들은 아무 사과도 없는데 우리가 먼저 사면을 추진하는 게 맞느냐”, “사전 논의 없이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불쑥 꺼내면 어떻게 하느냐”, “당원 여론이 심상치 않다” 등의 문제 제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사전에 논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설득했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가 왜 사면 건의를 꺼냈는지에 대해서는 수긍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당면한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며 “그런 저의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사면론을 제안한 이후 주변에 “(국무총리 집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본 광화문광장이 갈등의 광장으로 변한 것에 고민이 많았다. 국민 통합은 정부 여당으로서는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인 득실을 고려한 즉흥 제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논의 끝에 이날 간담회에선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가 예정된 14일까지 청와대와 야당,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 측의 반응을 지켜보며 사면 논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지지층의 반발 확산을 막고 공을 야권에 넘기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전직 대통령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이 나올 수 있다는 말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까지 약 열흘이 분수령

최고위원들은 또 이날 간담회 뒤 “당분간 사면 문제에 대한 공개 의견 개진은 삼가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 문제로 인한 내분 확산을 막고 일단 사태를 봉합하자는 취지다. 한 참석자는 “이달 중순경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 문제가 언급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사면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했다. 사면 논란이 대통령에게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관건은 앞으로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면 건의 철회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당내 여론을 수습해 나가고, 공감대를 형성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도 “청와대도 향후 여론에 따라 사면 논의의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 역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까지 남은 약 열흘 동안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사면 건의를 수용한다면 거센 비판 여론의 물줄기를 돌려놓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큰 정치적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nabi@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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