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생존엔 겨울이 유리해도 밀접접촉 많아지는 게 더 큰 문제
난방하면서 환기 줄이면 치명적
날씨 연관 있지만 방역만이 해법… 거리두기 강화 등 선제적 정책을

겨울이라면 추운 게 당연하지만, 올해는 추위 소식에 움찔하는 사람들이 많다. 추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과 추위가 코로나19에 변수가 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3차 대유행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계절성과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최근 호주 생물학 연구소인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미생물학회지에 “여름철에 비해 시원하고 습도가 낮은 봄과 가을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5∼7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물론 날씨 자체보다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날씨가 추우면 사람들은 실내를 찾게 된다. 춥지 않다면 야외에서 할 수 있는 행사도 실내에서 하게 된다. 추운 게 싫으니 환기도 자주 하지 않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치명적이라는 ‘3밀(밀폐 밀집 밀접)’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가게 되면 야외에 있을 때보다 밀접 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코로나19가 퍼지기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감염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겨울이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실내 공간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게 코로나19의 가장 큰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난방을 틀면서 환기를 소홀히 하면 감염 위험이 더 커진다. 코로나19는 일반적으로 침방울이 눈이나 코에 튀는 등의 ‘직접 전파’의 형태로 감염된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오래 환기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에어로졸 형태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고 보는 추세다. 공기 감염 가능성을 부정하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5일 홈페이지에 “환기가 잘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병원체가 최대 몇 시간 동안 떠다니며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CDC는 공기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근거로 “환기가 불충분하고 노래나 운동처럼 큰 호흡을 많이 하는 환경에서 6피트(약 1.8m) 떨어진 곳의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날씨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더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은 ‘환경 연구와 공중보건 국제 저널’에 지난달 26일 게재한 논문에서 “날씨 자체가 코로나19에 미치는 중요성은 3% 미만”이라며 외출 등 여행 34%, 실외활동 26%, 인구 규모 23%, 인구밀도 13% 순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봤다.

정부의 섣부른 거리 두기 완화가 지금의 재유행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2단계였던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다. 9월 27일∼10월 10일 2주간 일평균 국내 발생 환자는 59.4명으로, ‘2주간 지역사회 일평균 신규 환자 수 50명 미만’이라는 1단계 요건에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 쿠폰까지 뿌리면서 이동과 모임을 장려하는 행태를 보였다. 경기 침체를 의식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감염학회 등은 “거리 두기 완화 이후 효과적 조치 없이 1∼2주 지나면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이 겨울철 코로나19 대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해온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방역당국도 이에 귀 기울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4월 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겨울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상 조건이 같더라도 각 나라의 방역정책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면서 “기상 조건을 바꿀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처럼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역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칠 때”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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