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고 강력한 극단적인 폭염-가뭄, 자연현상 아닌 인간이 초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7일 0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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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연구팀 ‘극한기상’ 원인 분석
몽골 중심 동아시아 내륙지역 나무 나이테-토양 습도 분석
20년새 극한 고온-건조 심각… 한반도에 폭염 등 영향 우려
짧은 기간 집중호우도 늘어나 장마철 피해 규모 더 커질 것

2000년대 초 몽골의 한 사막에서 몽골가젤이 긴 가뭄에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 몽골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내륙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최근 20년 사이에 폭염이 부쩍 잦아지고 토양의 건조화도 심각해졌다. 위키미디어 제공
2000년대 초 몽골의 한 사막에서 몽골가젤이 긴 가뭄에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 몽골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내륙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최근 20년 사이에 폭염이 부쩍 잦아지고 토양의 건조화도 심각해졌다. 위키미디어 제공
기후변화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급격하게 높이는 현상이지만 폭염과 폭설, 한파, 집중호우, 강력한 태풍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극한기상)을 더 자주 발생시키기도 한다. 최근 국내외 기상학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극한기상 현상이 점점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가 손쓸 수 없는 단계(티핑 포인트)로 이미 넘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폭염과 가뭄, 20년 새 더 잦아지고 심해졌다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팀은 미국, 중국, 일본 연구팀과 공동으로 동아시아 내륙지역의 나무 나이테와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해 폭염과 가뭄이 최근 20년 사이에 점점 잦아지고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상측정소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몽골 및 주변 지역의 7, 8월 기온과 토양 습도 데이터 수십 년 치를 확보했다. 여기에 토양 수분에 민감한 나무와 폭염 시 유독 잘 자라는 나무의 나이테 간격 데이터를 확보해 인공위성이나 기상측정소가 없던 과거의 토양 습도 및 폭염 데이터를 복원하는 방법으로 1750년부터 2017년까지 267년 치의 폭염과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기후는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더워졌고, 특히 약 20년 전부터 폭염이 찾아오는 빈도가 극도로 잦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토양의 습도 역시 최근 20년 사이에 전례 없이 크게 떨어졌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최근 약 20년간 나타난 유례없이 급격한 고온화와 건조화는 명백히 자연적인 변동의 폭을 넘어선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면의 건조화와 폭염이 서로 발생을 늘리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폭염으로 지면이 건조해지면 대기 중에 수분이 늘면서 다시 땅이 축축해지는 균형 과정이 원래 존재하는데, 최근 폭염이 극심해지면서 땅속 토양이 2∼3m 이상 깊은 곳까지 말라버렸다”며 “이 지역이 회복력을 잃고 사막화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상태에 접어들었다”라고 했다.

몽골 지역의 변화는 한반도 폭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 교수는 “2016년 한국에서 발생한 대폭염이 대표적인 예”라며 “당시에도 몽골의 토양 수분이 마르면서 폭염과 가뭄이 발생했고, 그 고기압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열돔을 형성했다. 동아시아 내륙의 현재 변화는 향후 한반도에 다시 폭염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짧은 기간 집중호우 늘고 태풍 피해 커진다
동아시아 열파는 짧은 기간 동안 극단적인 비가 내리는 극한 강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GIST 윤진호 교수와 박진아 연구원 팀은 1979년 이후 약 30년 동안의 기후 관측 데이터와 최신 기후모델을 이용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장마 기간의 강우량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장마 기간 중 극히 짧은 일부 기간에 호우가 집중되고 이후 고온건조한 기간이 지속되는 경향이 최근 훨씬 심해졌다는 사실을 밝혀 ‘환경연구회보’ 9월호에 발표했다.

태풍과 허리케인 등 열대성 저기압의 피해도 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OIST) 팀은 북대서양의 허리케인이 육상에 상륙한 뒤 세력이 약해져야 하지만 예전에 비해 최근 약화 폭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이달 11일자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거 50년 동안 북대서양에서 발생해 북미 대륙에 상륙한 허리케인의 상륙 및 소멸 속도를 측정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밝혔다. 그 결과 1960년대에는 허리케인이 상륙 첫날 세력의 75%를 잃으며 크게 약화됐지만, 최근에는 세력이 50%밖에 줄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허리케인이 더 강해지고, 더 오래 육상에서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바닷물의 온도 상승이 원인”이라며 “허리케인이 습도를 더 많이 머금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역시 태풍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 코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원은 전 세계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가 68년 사이에 10% 느려졌다는 사실을 밝혀 2018년 6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의 태풍은 이동 속도가 30%로 평균보다 훨씬 더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신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강우 지속 시간이 늘어 강우량이 많아지고 파도, 바람에 의한 피해도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기후변화#폭염#가뭄#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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