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출금리 상한 20%로… 서민 위하려다 서민 울린 전철 안 밟아야

동아일보 입력 2020-11-17 00:00수정 202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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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현재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하반기부터 20%로 낮추기로 했다. 20% 넘게 받는 대출금리는 불법이 되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2018년 27.9%에서 24%로 낮아진 데 이어 두 번째로 인하된다. 최고금리를 20%까지 내리는 건 이 정권의 대선공약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한 자영업자, 실직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서민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자는 인하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20% 초과 금리 대출 이용자 239만 명 중 87%, 약 208만 명이 연간 4830억 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나머지 13%, 31만 명으로 추산되는 저신용자다. 금리 인하 압박을 받는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 신용도가 바닥인 취약계층은 초고금리, 불법 추심이 판치는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

금리는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돈의 가격’이다. 금융전문가들이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8월 말 국회에서 “불법 사금융을 키울 수 있고, 취약계층이 제도권에서 대출을 못 받는 문제점이 있다”며 난색을 보였지만 여당 압박에 태도를 바꿨다.

현 정부 들어 시장가격에 개입했다가 기대와 정반대 효과로 낭패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가격’이 상승하자 일자리가 급감했고,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몇몇은 ‘로또 아파트’ 당첨의 기쁨을 누리지만 나머지 서민은 공급 부족으로 급등한 집값, 전셋값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면 금융 사각지대를 메우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경제약자를 돕겠다는 ‘선한 정책’이 서민 고통만 가중시키는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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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법정 최고금리 인하#경제약자#금융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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