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별 재활복지 서비스 완성해 장애인 자립 지원

정형석 상임대표 밀알복지재단, 손효림 기자 입력 2020-11-13 03:00수정 2020-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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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는 굿윌스토어 송파점. 이곳은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소중한 일터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정형석 상임대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인류에게 심어준 고귀한 씨앗 가운데 하나는 약한 자들을 특별히 돌보는 사랑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약자 가운데서도 가장 소외된 장애인에게 그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 실천의 현장에는 스스로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자처한 후원자들이 있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 이들 덕분에 재단은 꿈의 복지라 일컫는 생애주기별 재활복지 서비스를 완성하며 장애인들에게 자선이 아닌 자립의 기회와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고 있다.

두 천사의 생전 유산 기부로 밀알복지재단 설립


1990년대 초, 밀알 사람들은 장애인에게 더 전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하고 ‘밀알심기운동’을 전개했다. 당시에는 사회복지법인 설립에 10억 원 정도가 필요했다. 1년 동안 열심히 모금했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설립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 기적처럼 두 명의 기부자가 나타났다. 한 목회자는 서울 도심의 빌딩을, 다른 의료인은 대전에 보유한 토지 약 1700㎡(500여 평)를 생전 유산(Living Legacy)으로 내놓은 것이다. 전 재산을 건네고도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조차 원치 않았던 그들은 오로지 소외된 이웃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나눔은 재단의 시작이 되어 수십만 장애인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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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부모의 눈물 닦아준 후원자들이 만든 밀알학교



“하나님! 내 숨이 끊어지기 전에 우리 아이 목숨을 먼저 거둬가 주세요.”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인 홍정길 목사는 어느 날 우연히 교회 기도실에서 한 자폐아 부모가 울부짖으며 하는 기도를 들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부모들은 자신이 죽으면 홀로 남겨질 아이들을 걱정했다.

홍 목사는 이 같은 슬픈 기도를 멈추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밀알학교 설립을 결심하고 자신의 퇴직금과 적금을 기부하며 설립 운동을 주도했다. 그 뜻을 받아 남서울교회, 남서울은혜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성도들이 예·적금 및 퇴직금 기부는 물론 유산 기부 등으로 아낌없이 참여했다. 그렇게 수천 명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 밀알학교를 세웠다. 밀알학교는 옥수홀 경희홀 창윤홀같이 유산기부자들의 이름을 딴 공간을 통해 장애아들의 배움터를 소망한 그들의 뜻을 기리며 국내 최고의 명문특수사학으로 성장했다.

재단 설립에 필요한 기본 재산을 기부한 의료인은 이후에도 밀알학교 설립과 졸업생 진로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며 생전 기부를 2회에 걸쳐 해줬다.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슬퍼하는 ‘눈물의 졸업식’이 없도록 하고 싶다던 그의 뜻은 이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굿윌스토어’의 토대가 됐다.

생애주기별 재활복지서비스 마지막 단계 완성


주거복지시설은 생애주기별 재활복지서비스의 마지막 단계라 불린다. 재단은 이를 위해 노인복지주택 ‘생명의 빛 홈타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가평군에 있는 생명의 빛 홈타운은 1만9427m²(약 5886평) 규모로 노인을 포함한 은퇴 선교사의 복지를 위해 세워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1990년대부터 해외에 선교사를 보냈는데 당시 파송된 선교사들은 이제 노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귀국한 뒤 국내에 기반이 없는 선교사들은 마땅히 머물 곳이 없다. 이런 안타까운 사실을 접한 한 기업가가 자신의 유산을 기부해 홈타운을 건립하는 기초가 됐고 이후 많은 후원자들이 힘을 보태 현재 준공을 앞두고 있다.

헬렌켈러센터 완성을 위해


중복 장애로 소통과 활동에 제약이 많으며 꼭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헬렌켈러센터가 그것이다. 1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시청각장애인들은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기본권마저 박탈당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자 헬렌켈러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관련 입법 운동은 물론 당사자 발굴과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목표는 미국 라이트하우스처럼 재활교육을 제공해 시청각장애인을 자립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헬렌켈러센터는 정부 지원의 부재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산 기부로 미 샌프란시스코에 건물을 구입해 기숙시설까지 갖춘 라이트하우스 사례처럼 재단은 시청각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힘을 보태줄 이들을 찾고 있다.

유산 기부는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다. 작은 금액을, 다양한 형태로, 살아 있을 때도 할 수 있다. 유산기부센터를 조직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재단은 삶의 발자취를 더 의미 있게 남기고 싶은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없이 어두운 나날의 연속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더 어둡고 깊은 곳에 자리한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하고 있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이 땅에서 재물과 재능을 비롯해 모든 것은 잠시 맡아 살아갈 뿐이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선한 청지기로 살아갈 때 모두가 행복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정형석 상임대표 밀알복지재단



▼ 전국 굿윌스토어서 장애인 250명에 일자리 제공 ▼

기빙플러스에서 함께 한 두 직원의 미소. 밀알복지재단 제공
1993년 설립된 밀알복지재단은 아동부터 노인까지 장애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 복지 전문기관이다.

재단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동등한 기회를 얻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과 직업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실시하며 국내 수십만 장애인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재단은 설립 당시만 해도 실현 불가능한 ‘꿈의 복지’라고 여겨지던 장애인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의 대부분을 이뤘다. 장애아동을 위한 의료비 지원,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함께 자라나는 장애통합어린이집, 발달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 청장년기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장애인보호·거주시설과 사회참여 지원이 그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 복지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노력하고 있는 사업은 장애인 일자리다. 재단이 2011년 설립한 굿윌스토어는 장애인 자활을 위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보장해 ‘자선이 아닌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금으로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기증이 곧 장애인의 월급이 되기에 무엇보다도 후원자들의 적극적인 기증 참여가 중요하다. 설립 초기에 이곳이 잘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 교회들의 기증 참여는 큰 힘이 되었다. 오뚜기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기업들은 물품뿐만 아니라 공간을 기부해 장애인들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후원자들의 따뜻한 나눔은 전국의 10개 굿윌스토어를 통해 장애인 250여 명의 일자리가 됐다. 장애인 자립이 이뤄지는 꿈과 희망의 일터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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