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감사 막으려 444개 문건 삭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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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조기폐쇄 위해 경제성 낮춰… 산업부 직원 휴일밤 관련 증거 인멸”
“文대통령, 보좌관에 가동중단 묻자 전해들은 백운규, 폐쇄 검토 지시”

감사원이 20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 부분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애초부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방향을 잡고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것. 특히 산업부는 감사가 시작되자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들어가 청와대 보고 자료 등 444건의 문건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에서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 시 전기 판매 수익을 일부러 낮게 산출하고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때 감소하는 인건비 및 수선비 등 비용을 높게 추정해 조기 폐쇄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2017년 12월과 2018년 3월 한수원으로부터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보다 운영변경 허가 기간(2년 뒤)까지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2018년 4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 계획’에 대해 청와대 보좌관에게 물었고 이를 전해 들은 백 전 장관은 “즉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와 한수원,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은 판매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2018년 5월 3일 3427억 원이었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1779억 원에서 733억 원으로 낮췄다가 같은 달 18일에는 163억 원까지 떨어뜨렸다. 이후 회계법인은 같은 해 6월 11일 최종 224억 원으로 보고했고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 산업부 직원은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2019년 12월 1일) 오후 11시 24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16분까지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했다. 청와대 보고 문건들도 포함됐다. 총 삭제한 문서는 444건으로 감사원의 디지털 포렌식에서도 120건의 문서는 복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정작 감사의 목적인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아무 결론을 내지 않아 이번 감사를 반대해 온 여권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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