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땐 스마트폰” 지방대 눈물겨운 신입생 유치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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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상 첫 입학정원>지원자
학생 확보 못하면 운영 위기 우려
신입생 전원에 장학금 지급하고 교수 평가때 유치실적 반영도

호남대의 홍보 포스터. 합격 후 등록하면 스마트폰이나 현금을 준다고 쓰여 있다. 사진 출처 호남대 홈페이지
호남대의 홍보 포스터. 합격 후 등록하면 스마트폰이나 현금을 준다고 쓰여 있다. 사진 출처 호남대 홈페이지
‘신입생 모두에게 아이폰과 에어팟을 줍니다.’

최근 광주 호남대의 입시홍보물이 대입 수험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수시모집에 최초 합격하고 등록하면 아이폰을, 충원 합격 후 등록하면 에어팟을 준다는 문구가 담겼다. 학교 측은 여기에 ‘AI인재장학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호남대 관계자는 “‘선물을 줄 테니 오라’는 의도는 아니다”라면서 “입시철에 수험생들 사이에서 학교 인지도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며 이 제도를 만들었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1학년도 수시모집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각종 특전과 장학금을 약속하며 신입생 모집에 열을 올리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이번 입시는 대입 역사상 최초로 대학이 ‘뽑는’ 인원보다 대학에 ‘지원할’ 인원이 더 적어졌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의 모집정원은 49만655명인 데 반해 고3과 재수생 등을 합친 대학 입학가능자원은 47만9376명밖에 안 된다. 2020학년도만 해도 입학가능자원이 52만6267명으로 모집정원(49만5200명)을 웃돌았지만 역전된 것이다.

이 때문에 특히 지방대들은 이번 신입생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방대 폐교 위기를 가리키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 닫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방식은 신입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 대학들이 장기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큰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경남 김해시 가야대는 사회복지재활학부, 스포츠재활복지학과, 경찰행정학과, 경영물류학과, 귀금속주얼리학과의 내년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학과 매력도를 높이고 학생 모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전 대덕대도 내년 신입생들에게 무조건 100만 원씩 장학금을 주고, 성적이 높거나 인근 지역 출신인 경우 등에는 돈을 더 주기로 했다. 대덕대 관계자는 “지방 전문대들은 학생 유치가 어렵다 보니 신입생 장학금을 만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일부 대학은 신입생 유치 실적을 교수 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정원을 못 채우면 당장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교육부의 대학 평가나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아 생존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지방대의 한 입시 담당 교수는 “과거엔 교수들이 신입생 유치에 힘쓰는 게 일종의 권고사항이었지만 이제는 필수업무가 됐다”며 “영업사원처럼 대학 홍보물품을 들고 고등학교 교무실을 찾아다니며 교사들에게 ‘학생 지원을 독려해 달라’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미달 대학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0학년도에도 미달 인원이 1만5441명이나 됐다. 입학가능자원이 6만 명 가까이 줄어든 이번 입시에서는 미충원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가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입학가능자원이 40만 명대 아래(37만3470명)로 떨어진다. 불과 4년 만에 1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김성규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대학#신입생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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