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불과 반년 전 총선 참패 교훈 벌써 잊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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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변신하는 듯하던 국민의힘이 정체의 늪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한때 여당과 접전 양상을 보였던 당 지지율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다. 오늘로 6개월이 되는 4·15총선에서 참패하자 뼈를 깎겠다던 반성과 다짐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곳곳에서 퇴행적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내년 재·보궐선거 준비를 총괄해야 하는 사무총장이 직접 선거에 나서겠다며 어제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선동 사무총장이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할 생각을 지닌 채 재·보선 경선준비위원회에 참여한 것부터 이해하기 힘든 행태다. 경선준비위는 당내 경선 룰 등을 정하는 기구다. 사무총장이 준비위에 참여한다면 경기에 뛰겠다는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는 불공정 시비가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친박계 인사가 경선준비위원장으로 단수 추천됐다. 최종 단계에서 인선안이 거부되긴 했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당내 계파정치의 고질적인 난맥상이 재발한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사전에 막지 못한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상신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 중진들 사이에서 야당 몫 상임위원장 7개를 챙기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작은 곁불이라도 쬐며 제 살길만 찾겠다는 웰빙 공룡정당의 타성을 아직도 깨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내엔 자천타천으로 서울, 부산시장 후보군이 난립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여당 출신 시장들의 낙마에 의한 반사이익만 챙기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여긴다면 심각한 착각이다.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의 당내 리그에서 벗어나 더 명망 있고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

민심은 더 과감한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윗물부터 얄팍한 기득권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으니 퇴행적인 행태가 빈발하는 것이다. 여권의 실정에 등 돌린 민심이 결국 야당 편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뼈를 깎는 자기 쇄신과 변화를 계속해 나가지 않는다면 야당에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으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할 때다.
#국민의힘#김선동 사무총장#서울시장 보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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