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박찬욱 감독님 칭찬 받으니 자부심이 생기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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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감독은 진드기 벌레인 ‘옴’ 모양의 젤리를 가장 좋아한다. 이 감독은 “너무 징그러운데 자꾸 보면 귀엽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유난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감독은 진드기 벌레인 ‘옴’ 모양의 젤리를 가장 좋아한다. 이 감독은 “너무 징그러운데 자꾸 보면 귀엽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유난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아, 그냥 ×× 다들 졸업해버려, 썅.”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은 요상한 젤리가 들러붙는 학생들을 기절시켜 겨드랑이 털을 묶는 퇴마(退魔)의식을 마치고 이렇게 내뱉는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은 전에 본 적 없는 히어로다. 앞뒤로 뻗친 단발머리, 화장기 없는 피곤한 얼굴로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사는 평범한 보건교사. 그러나 자기만 볼 수 있는 젤리 괴물 ‘엑토플라즘’에게서 학생들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보상 없는 친절’을 베푼다.

6일 화상으로 만난 이경미 감독(47)은 “히어로물로 발전시킬 작품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했다. 안은영이 젤리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는 ‘평범한’ 일상을 그린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은 이 감독의 앵글에 담기며 ‘여성 히어로의 성장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히어로의 성장 드라마로 접근했다. 원작엔 없던, 학교를 호시탐탐 노리는 집단 ‘안전한 행복’을 등장시킨 것도 안은영의 세상을 훨씬 터프하게 그리기 위해서였다. 평범한 보건교사가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거칠수록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안은영이 맞서 싸우는 젤리들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젤리는 인간의 욕망 덩어리다. 때로는 거대한 식인 두꺼비 젤리로, 때로는 귀여운 문어 젤리로 나타난다.

“1950년대부터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서 자주 쓰던 슬라임(액체괴물)의 계보를 연구했다. 젤리의 탄력성과 질감 같은 귀여운 특징과 은영의 적인 만큼 징그러움을 동시에 살리려 했다. 식인 두꺼비의 이빨 같은 반복적인 둥근 패턴을 통해 환(環)공포증을 유발하는 방법을 썼다.”

‘인트로(시작)부터 이경미 감독이 느껴진다’는 팬들의 반응처럼 이 감독은 데뷔작 ‘미쓰 홍당무’부터 ‘비밀은 없다’ ‘페르소나’ 등에서 엉뚱하지만 현실적이고, 발랄하지만 기괴한 ‘이경미 월드’를 묵묵히 구축해 왔다.

“김지운 감독님은 ‘미친 이경미 월드가 자랑스럽다’고 하셨고 박찬욱 감독님도 ‘이후 이야기는 어떻게 되느냐’며 궁금해하셨다. 그동안 했던 것과 굉장히 다르지는 않다. 갑자기 사랑받고 싶어 딴짓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드라마#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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