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능력 검증 끝난 정의선, ‘종합 모빌리티’ 선도 나설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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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대차 그룹 회장 선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14일 신임 회장에 선임된다. 정몽구 회장(왼쪽)은 명예회장에 추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6년 정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결혼식 모습.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14일 신임 회장에 선임된다. 정몽구 회장(왼쪽)은 명예회장에 추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6년 정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결혼식 모습.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그룹 회장 취임은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에서 3세 경영이 공식화됐음을 의미한다.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기 입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그룹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취임한 정 신임 회장의 경영 능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아버지 정 회장이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던 2016년 이후 4년여간 그룹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전기차와 수소경제 기반 구축, ‘제네시스’로 상징되는 고품질 고급 제조사로서 위상 강화 등의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정 신임 회장 체제의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회장의 ‘창업세대’, 정 회장의 ‘세계적 자동차 그룹으로 도약세대’의 뒤를 이어 본격적인 ‘종합 모빌리티 선도세대’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시대’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와 판매에 집중했던 앞선 세대들과 달리 ‘이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파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3월 현대차 정관의 사업 목적에 차량뿐 아니라 ‘기타 이동수단’을 포함하며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정 신임 회장은 자동차 제조와 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의 존속이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정의선 체제 현대차그룹은 영문명 ‘HMG’의 M이 모터(Motor)가 아닌 모빌리티(Mobility)로 대중에게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 승진 후 줄곧 추진했던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 혁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들과 한 공간에서 격의 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던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도 이전의 현대차그룹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정 신임 회장은 그룹 내 사업뿐 아니라 수소 생태계 구축 등 정부 및 재계와의 협력이 필요한 사업도 매끄럽게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업계를 대표해 직접 수소와 전동화시대의 청사진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수석부회장으로서 명목상 ‘정몽구 회장을 대신한다’는 외부의 인식이 있었지만 회장 취임을 선언하는 14일부터는 이 같은 꼬리표가 떨어지면서 그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취임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4대 그룹 가운데 삼성을 제외한 기업이 모두 ‘3, 4세대 회장 체제’에 들어서게 됐다. 특히 현대차그룹에서는 2000년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 이전까지 감안해도 2, 3세대로의 세대교체 모두 선대 회장의 작고 이전에 이뤄지게 됐다.

다만 상징성이 큰 회장 취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 승계 문제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 1∼2%대에 그치는 정 신임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구조로 짜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지만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
#경영능력#검증#정의선#종합 모빌리티#선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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