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진 10일만에 유세… 마스크 벗고 “모두와 키스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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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플로리다서 선거운동 재개 “나는 정말 강하다” 60분간 열변
백악관, 유세 직전 “음성 판정”… 경합주 6곳 지지율 격차 벌어져
막판 강행군으로 뒤집기 노려… “김정은 100% 샤프, 바이든 60%”
北 신형 ICBM은 언급 안해

마스크 던지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열린 재선 유세에서 
군중에게 마스크를 던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열흘간 유세를 중단했던 그는 이날부터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유세 강행군을 펼친다. 샌퍼드=AP 뉴시스
마스크 던지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열린 재선 유세에서 군중에게 마스크를 던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열흘간 유세를 중단했던 그는 이날부터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유세 강행군을 펼친다. 샌퍼드=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열흘 만에 격전지인 플로리다주에서 유세를 재개했다.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강행한 유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격전지인 오하이오주를 찾아 표심에 호소했다. 14일로 미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승패의 열쇠가 될 일부 경합주는 여전히 혼전이어서 양측 모두 사활을 건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샌퍼드 국제공항.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단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강한 지도자’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듯 약 60분간 진행된 연설 중 톤을 높이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정말로 강하다고 느낀다”며 “(코로나19) 면역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감염 걱정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여러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모두와 키스를 하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유세 직전 그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혹하고 과학적 근거 없는 봉쇄 조치가 엄청난 피해를 불렀다.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원한다”며 “나의 리더십 아래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전한 백신 개발과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비판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은 모두 100% 샤프하다. 하지만 그(바이든)는 (이들의) 60%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의 유권자 상당수가 쿠바계를 비롯해 남미 출신의 히스패닉인 것을 겨냥해 “민주당 극좌파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미국을 사회주의 쿠바와 베네수엘라처럼 만들어 히스패닉들의 삶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공격했다. 플로리다주는 2016년 트럼프가 11만2000표 차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면서 대선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끝낸 뒤에도 연단에서 내려가지 않고 박수를 치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YMCA’ 노래에 맞춰 가벼운 춤을 추기도 했다.

이에 맞서 바이든 후보는 이날 신(新)경합주인 오하이오주의 털리도에서 유세를 갖고 ‘러스트 벨트’ 지역의 표심을 자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 지역의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7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던 점을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계획은 부자들을 위해 세금을 더 낮추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유세 중 대통령이 아닌 “상원의원 출마가 자랑스럽다”며 또 실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짐짓 여유를 부리며 승리를 호언하고 있지만 판세는 점점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6개 전통적 경합주 지지율 평균으로는 바이든 후보에게 4.8%포인트 뒤처져 있다.

초조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 재개를 시작으로 이번 주에만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등 경합주 유세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놨다. AP통신은 “이런 강행군은 바이든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그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거 결과를 결정할 경합주의 표심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격차는 불과 1.9%포인트, 애리조나주도 2.7%포인트에 불과하다. 4년 전 같은 시점에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경합주 평균에서 4.9%포인트 앞섰지만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6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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