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탄두 추정 신형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진전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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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관계자 “핵탄두 소형화 박차… 머잖아 ICBM 시험발사 가능성”
美기자 “트럼프, 매우 화내며 김정은에 큰 실망감 드러내”

북한이 열병식(10일)에서 다탄두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4형)을 공개한 뒤 수년 내 미국, 중국, 러시아에 버금가는 핵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만간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ICBM 실전 배치를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해 핵무장력을 극대화하는 궤도에 들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탄두 ICBM이 실전 배치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핵탄두 소형화가 필수적이다. 강력한 핵탄두를 작게 만들수록 더 많은 탄두를 한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파괴력)급 핵탄두를 300kg 안팎까지 소형화한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경우 ICBM과 SLBM에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의 핵 소형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군과 정보당국은 ‘상당한 수준’이란 입장이지만 8월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소형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군 안팎에선 화성-14(ICBM급)·15형(ICBM)에 실을 수 있는 600kg급 핵탄두를 개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성-14·15형보다 탑재 중량이 3배가량 늘어난 걸로 추정되는 신형 ICBM에는 최대 3발까지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6차 핵실험에 사용한 수소폭탄급 핵탄두(최소 50kt, 최대 140kt)를 이런 정도까지 소형화했다면 신형 ICBM 한 발에 최소 150kt, 최대 420kt의 핵무장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다탄두 ICBM 전력화의 핵심 요소다. 핵탄두를 실은 재진입체(RV)가 대기권을 지나 하강할 때 음속의 20배, 최대 섭씨 1만 도의 마찰열을 견디고 목표 지점에 투하돼야 ICBM의 실전 운용이 가능해지기 때문. 현재로선 화성-14·15형의 고각(高角) 발사만 실시한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북한이 화성-14·15형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로 ICBM용 재진입체 완성에 바짝 다가섰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다탄두 추정 ICBM을 공개한 것은 재진입 기술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의미”라며 “머잖아 이를 과시하고 증명하기 위한 ICBM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한 것에 대해 매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의 외교안보 담당 앨릭스 워드 기자는 11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ICBM, 북한 국내에서 생산된 트럭 발사대 및 그 밖의 것들이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퍼레이드에 아주 화가 나 있다”고 밝혔다. 사안을 잘 아는 여러 소식통에게 들었다며 “대통령이 백악관 당국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icbm#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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