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6·25 언급’에 中누리꾼 생트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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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서 “한미 고난의 역사… 희생 기억해야”
中팬들 “우리 희생 무시” 발끈, 팬클럽 탈퇴-불매운동 으름장
외교부 대변인까지 “주목” 언급

‘밴플리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앞줄 오른쪽)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한미 양국의 고난의 역사라고 언급한 그의 발언에 중국 누리꾼들이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밴플리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앞줄 오른쪽)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한미 양국의 고난의 역사라고 언급한 그의 발언에 중국 누리꾼들이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방탄소년단(BTS)이 7일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밴플리트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에서 6·25전쟁을 언급했다가 중국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6·25전쟁 당시 ‘한국과 미국의 고난’을 언급한 것이 ‘중국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BTS 팬클럽 ‘아미’ 탈퇴를 선언하거나 BTS와 관련된 제품에 대해 집단 불매 운동까지 벌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수상 소감에서 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라는 원론적 언급을 했다. ‘밴플리트상’은 6·25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밴플리트 전 미8군사령관을 기리는 상으로 1995년부터 매년 한미 관계 증진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 수여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수상했다.

하지만 12일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수상 소감 중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에 중국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랑왕(新浪網) 텅쉰왕(騰訊網) 등 뉴스 포털사이트의 관련 댓글에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만 언급한 것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다’ ‘BTS의 수상 소감은 미국의 침략과 아시아에 대한 간섭을 무시하는 발언’ ‘국가의 존엄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또 일부 동영상에서는 RM의 영어 인터뷰를 중국어로 번역하면서 ‘양국’을 ‘6·25전쟁 교전 쌍방’으로, ‘남녀의 희생’을 ‘남녀 군인의 희생’으로 왜곡해 반(反)BTS 여론을 부추겼다. BTS의 수상 소감은 이날 웨이보 핫이슈에 올랐다가 오후 늦게 갑자기 검색 순위에서 사라졌다.

중국은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올해 참전 70주년을 맞아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민족주의 애국주의 영웅주의 등의 의미를 담은 ‘항미원조 정신’을 독려하고 있다. BTS에 대한 누리꾼의 과격한 반응도 이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BTS 문제에 관한 보도 및 누리꾼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bts 수상소감#중국 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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