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원두 팔던 청년이 일군 ‘커피제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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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업/하워드 슐츠, 조앤 고든 지음·안기순 옮김/568쪽·2만7000원·행복한북클럽

스타벅스. 오프라인 기업이면서 구글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못잖게 현대인의 일상을 뒤바꾼 회사. 저자 하워드 슐츠는 오늘날 스타벅스의 모습을 결정한 총설계사다.

원두를 로스팅해 팔던 스타벅스에 입사해 1년 뒤 이탈리아 출장에서 ‘사교적이고 따뜻한 공간’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커피전문점의 가치를 발견했고, 스타벅스의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점 ‘일 지오날레’를 개업해 성공을 거뒀다. 이어 스타벅스를 인수해 커피전문점 체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온워드’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이 책에서 슐츠는 어린 날의 기억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불법 도박장이었던 그의 집은 도박꾼들의 고함이 그치지 않았고, 직업이 불안정한 아버지는 늘 주눅 들어 있었으며 노동에 대한 아무런 자부심도 없었다.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비뚤어지기 쉬운 환경이었지만 어린 하워드는 농구나 미식축구를 하며 공동체의식을 배워나간다. 이런 어린 날의 경험이 스타벅스를 성장시킨 자산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일 지오날레’ 초기부터 그는 ‘직원들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돈뿐 아니라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고, 개인의 성장을 돕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스타벅스 인수 초창기부터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건강보험을 제공했다.

책 대부분의 내용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마련, 마약 탈출 프로그램 지원 같은 스타벅스의 사회공헌에 초점을 맞춘다. 2015년 시작한 ‘모든 인종이 함께’ 캠페인은 보수 백인 일부의 보이콧을 불렀다. 반면 2018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지 않은 흑인 두 명이 수갑을 찬 채 체포되면서 ‘보이콧 스타벅스 해시태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저자는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가 종업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한다.

스타벅스 설립자가 회사를 그에게 매각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재계 거물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때 재계 인사에게 인수 포기를 설득하고, 슐츠에게 자금을 모아준 변호사가 빌 게이츠였다. 당시엔 그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이 변호사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가 됐다. 이런 소소한 일화들도 책장을 넘기는 흥미를 돋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그라운드업#하워드 슐츠#조앤 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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