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무현 정부 추진하다 무산… 文대통령, 대선후보때 “핵잠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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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중기계획’ 주목 받는 핵잠수함
핵연료로 무제한 수중작전 가능
디젤 잠수함보다 속도 3배 빨라북핵 억제-주변국 견제 효과 커
군 안팎 ‘4000t급 3척 보유’ 구상

군은 노무현 정부에서 핵추진 잠수함(핵잠)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6월 2일 해군이 보고한 핵잠 건조를 승인했고, 그 날짜의 의미를 담은 ‘362사업’이란 명칭으로 핵잠 건조가 비밀리에 추진된 것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2차 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자주국방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는 중장기적인 북핵 대응 차원에서 핵잠을 최적의 대안으로 봤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우라늄 농축 비밀실험에 대한 사찰을 통보하면서 핵잠 개발은 난관에 봉착했다. 군 관계자는 “사찰 과정에서 핵잠 사업이 드러날 경우 핵개발 의혹 등 대외적 파장을 우려해 결국 무산됐다”고 말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핵잠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당선되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다시 부상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북핵 위협이 ‘임계점’으로 치닫자 핵잠수함이 ‘대응 카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특히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7월 민간의 고체연료 추진체 전면 개발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발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언급하면서 핵잠 도입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이어 군도 총 300조 원의 국방예산이 투입되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4000t급 잠수함의 핵추진 가능성을 거론하자 현 정부 임기 내 핵잠 도입이 공식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수시로 물 밖으로 나와 축전지를 충전하고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핵잠수함은 물 위로 부상할 필요가 없어 적에게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잠항 속도도 디젤 잠수함(시속 16∼17km)의 최대 3배에 가깝다(시속 46km). SLBM을 실은 북한 잠수함을 장시간 감시 추적하는 동시에 유사시 북한 수역 근처에서 대기하다 핵심 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군이 도입을 추진하는 핵잠은 엔진만 핵연료로 가동하는 핵추진 잠수함(SSN)으로 미국 중국 등이 보유한 전략핵잠수함(SSBN)과는 다른 것이다. 전략핵잠은 엔진이 핵추진일 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실은 SLBM을 탑재한 것이다.

군 안팎에선 현재로선 2030년대 초반 전력화될 4000t급 잠수함 3척(7∼9번함)의 핵잠 건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6번함은 재래식 잠수함으로 이미 결정됐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장착할 수 없더라도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사거리 500km급 탄도미사일과 1000km급 순항미사일을 실은 핵잠 3척을 갖게 되면 북핵 억지는 물론이고 주변국 견제 효과가 클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건조비(척당 1조6000억 원 이상)와 핵잠용 원자로 제작 등 기술적 한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차라리 재래식 잠수함을 여러 척 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반론도 없지 않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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