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조율 CIA 코리아센터, 초기엔 北 체제 전복이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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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 신간 ‘격노’서 뒷얘기 소개
트럼프 취임초 대북정책 보고받고 北지도부 위협 ‘최대 압박’ 선택
폼페이오 “트럼프 최대 관심은 北”
앤드루 김 만나 센터장 수락 요청

2018년 5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2018년 5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미 비핵화 협상을 물밑 조율했던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가 신설 초기에는 북한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신간 ‘격노(Rage)’에서 CIA 코리아미션센터의 설립 과정 뒷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전한 내용이다.

동아일보가 사전 입수한 책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2017년 2월 9개의 대북정책 시나리오를 보고받았다. 전임자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북한이 가장 크고 위험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매슈 포틴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에게 작성을 지시했던 시나리오들이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정권 교체까지 다양한 내용의 시나리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부를 위협하는 ‘최대 압박’ 정책을 선택했다.

같은 해 3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은 앤드루 김을 만나 “북한이 대통령의 최고 관심사”라며 CIA에서 북한을 담당하는 센터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 출신으로 29년간 CIA에서 활동했고 ‘전설적 요원으로, 이상적이고 세련된 KMC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친척이기도 하다. 앤드루 김이 ‘예산 책정이 이미 끝나서 필요한 예산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자 폼페이오 국장은 “필요한 돈을 구해주겠다”고 했고, 수백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내가 지원하겠다”며 그를 설득했다. 결국 1시간 뒤 그는 신설되는 KMC의 센터장 자리를 수락했다.

앤드루 김은 활동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명령을 내릴 경우 북한의 지도자를 교체하기 위한 비밀 첩보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이 책은 전했다. 앞서 CIA 내에서 ‘비밀 작전을 통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했더라면 이후 이라크전쟁 같은 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우드워드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앤드루 김은 이후 2018년 3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첫 방북에 동행하면서 북-미 대화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국은 당신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전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이에 김 위원장은 “그렇다. 나는 아버지로서 내 아이들이 인생에서 핵무기를 짊어지고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드루 김은 같은 해 5월 두 번째로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만찬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리설주와 달리 오빠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것에 주목했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을 향해 ‘위대한 지도자’나 ‘최고 영도자’라는 호칭을 쓰면서 절대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만찬이 길어지자 북한 측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하룻밤 자고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이를 사양했다. 그 대신 폼페이오 장관은 “핵무기 사이트의 목록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측은 몇 시간 동안 폼페이오 장관 일행의 비행기를 잡고 있다가 마침내 출발하도록 허락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미 비핵화 협상#격노#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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